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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조리로 해석해 보는 영상작품의 구성과 스토리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2024. 8. 16. 02:38

    이번 포스팅은 보시면서 조금 배가 고파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재밌게 보거나 플레이했던 작품들이 분명 비슷한 스토리텔링인데도 각자 색이 다르고, 확실히 다른 작품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만, 왜 이 작품들의 구성이나 결말, 진행 등이 대부분 예상이 가면서도 질리지 않고 비슷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고민해 봤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해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좋을까...하고 생각한 결과! 바로, ‘요리에 비유하면 무언가 찰떡처럼 들어맞는 느낌이 들어 포스팅을 작성해 볼까 합니다.

     

    아, 아니 이 맛은!!

     

    먼저, 이번에 관심있게 시청하거나 플레이한 작품들이란, 영화[], 애니메이션[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이하 : 도망도련)], 그리고 포스팅을 쓴 적도 있는 게임[유니콘 오버로드]입니다. 이 세가지를 저와 같이 알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세 작품 다 귀종유리담(貴種流離譚)’ 계통의 스토리텔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귀종유리담, 또는 귀종표류담(貴種漂流譚)이라고도 하는 이 용어는 일본 문학계나 역사, 민속, 신화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 플롯임과 동시에 이름 지은 것으로,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이 하루 아침에 지위를 잃거나 어딘가로 표류하면서 시련을 극복하며 강해지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는형태의 이야기입니다.

     

    고구려 건국사인 '주몽'도 귀종유리담의 범위에 포함되죠!

     

    그래서 []의 경우도, 우주적 황제를 섬기는 대가문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이자 아직 10대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인 폴 아트레이데스가 가문간의 알력다툼으로 사막행성인 아라키스 행성을 통치하기 위해 이사를 갑니다. 거기서 적대 가문의 농간으로 아트레이데스의 가신이 내부에서 배반, 한 순간에 가문의 당주인 아버지를 잃고, 수많은 가문의 군대와 재산, 권력을 빼앗기고, 목숨만 부지한 채, 어머니와 함께 겨우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충성스런 가신과의 재회,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맨들의 언어로 구세주를 뜻하는 리산 알 가입이라는 존재로 추앙 받는 주인공이, 그들과 힘을 합치고, 시련을 극복해 내며, 반격의 준비를 합니다.

     

    리산 알 가입!!!

     

    다음은 [도망도련]. 실제 역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화스러운 과장된 설정과 연출은 부여하지만,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이라, 실제 역사대로 갈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재해석을 할지는 미지수인 작품입니다. 다만, 작품의 진행이 실제 역사를 최대한 기반에 두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 아닌 스포(?)를 하자면, 일본 카마쿠라(鎌倉) 막부 말기, 카마쿠라 막부의 실질적 지배가문인 호죠(北条)’가문을 섬기던 가신 아시카가 타카우지(足利高氏/足利尊氏)’가 배반, 하루 아침에 호죠 가문은 불바다가 되어버리고, 호죠 가문의 후계자 중 한 명인 호죠 토키유키(北条時行)’가 겨우 목숨만 살아남아 도망치는데 성공합니다. 마침, 호죠 가문을 섬기던 스와(諏訪)’가문의 도움으로 호죠 토키유키는 아시카가 가문에 대항할 힘과 동료를 모으고, 카마쿠라의 영웅이 되어 이윽고 카마쿠라 탈환에 성공합니다.

     

    애니화가 되면서 희대의 명짤을 탄생시킨 그 작품...

     

    끝으로, [유니콘 오버로드]. 가상의 판타지 세계의 대륙, 평화롭던 코르니아 왕국에서 반란이 일어납니다. 반란은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과 숫자를 자랑하는 반란군에 의해 국왕인 일레니아 여왕이 직접 병사를 이끌고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일레니아 여왕의 최측근이자 신하인 조셉이 홀로 어린 왕자 어레인을 데리고 팔레비아 섬으로 탈출에 성공, 어레인 왕자가 성장할 때까지 그를 가르치며, 뒤로는 해방군을 조직하며 코르니아 탈환의 때를 기다립니다. 10년 후, 코르니아 반란군의 마수가 전 대륙을 지배하고, 발레비아 섬까지 당도하자, 때가 되었다고 판단, 어레인 왕자를 중심으로 전 대륙을 해방시키며, 동료와 지지자를 확보, 고대의 시련 등을 극복하며 마법적인 힘도 부여받으며, 반란군의 수괴, 발모어 장군에게 도전합니다.

     

    특히나 요리가 기억에 남는 게임

     

    이렇게 써보니, 셋 다 정말 거기서 거기인 작품처럼 보입니다. 막상 생각해보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같이 영웅들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것은 설정풀어내는 방식이 다를 뿐, 스토리는 다 비슷한 줄기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설정이나 연출, 기법 등에 의해서 우리는 재료가 공통되는 부분이 많아도 질리지 않고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을 얻게 됩니다.

     

    근데 이 작품은 히어로 장르일까요, 아님 피카레스크 장르일까요?

     

    먼저, 스토리 자체는 요리의 주재료와 맞닿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귀종유리담 같은 스토리는 일종의 소고기 요리’, 히어로 장르는 돼지고기 요리’, 막장 드라마는 불닭같은 아주 큰 범위의 범주입니다. 소고기 요리라고 하면 스테이크도 있고, 불고기도 있고, 규카츠도 있으면서, 대략 소고기의 맛이 어떤지 상상이 가죠.

     

    심플 이즈 베스트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아메리칸 스타일 스테이크!

     

    그런데 스토리를 꾸며주는 장르는 이제 그 요리의 정체성을 확립 시켜주는 조리법에 맞닿아 있습니다. 불에 구울까, 삶을까, 아니면 회로 먹을까. 이것이 같은 귀종유리담이라고 하더라도, 판타지냐 SF냐 역사물이냐에 따라서 같은 소고기라도 생김새가 달라 보이는 것이죠. 이에 따른 배경설정과 추가적 장르요소는 소스와 향신료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배경설정이 고려나 조선이다, 하면 매운 소스 같은 것을 낼 수 있을 것이고, 중세 일본이면 데리야끼 소스를 쓸 수 있겠죠. 추가저 장르요소라는 것은 이제 여기에 액션을 넣거나 멜로를 넣거나 하는 식으로, 재료의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하거나 재료 특유의 향을 잠재워 향신료와의 보편적인 궁합을 꾀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귀종유리담이라고 계속해서 주인공이 고군분투 하는 내용만 본다면 말 그대로 싱거운 고기나 고기의 잡내가 풀풀 나는 상태에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 그 고기의 풍미를 돋우는 익히 아는 맛인 향신료들, , 액션의 후추나 멜로의 설탕, 개그의 식초 등을 재료에 직접 뿌려도 되고, 소스를 만들 때 배합해서 쓸 수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극의 소마]가 대표적으로 하나의 주재료를 가지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함에 있어 캐릭터는 필수 조건이죠. 주연은 당연하지만 요리의 주재료’, 조연이나 악역 등은 요리에 들어가는 부재료로 생각됩니다. 불고기를 만든다고 해도, 단순히 고기와 간장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양파와 부추, 당근 등 여러가지 재료와 함께 볶죠. 그리고 그 재료들과의 시너지가 요리 자체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래서 명품조연, 명품악역이 필요한 이유죠. 그리고 그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디자인의 훌륭함 등은 재료의 신선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아무리 극중 중요한 역할의 캐릭터나 주연이 매력이 없고, 실패한 디자인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거리감이 생긴다면, 아무리 맛있게 요리해도 재료의 신선도가 개판이라 먹고 탈이 날 수 있는 법입니다. 가뜩이나 요즘 서양권에서 이런식의 캐릭터 디자인이 많아서 참 아쉽습니다...아참! 그럼 이 작품에 대해서 질문이 올 수도 있겠네요. 최근 대만에서 만들어져 한국에서 히트하고 있는 무협게임 [활협전]. 밑에 참고 사진을 붙이겠지만, 주인공이...진짜 심하게 못생겼고, 작중 내용에도 대놓고 주인공의 외모 때문에 여러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 작품이 인기가 높은 것은, 그 주인공의 못난 외모가 어떻게 작중에서 멋지게 승화시키거나 훌륭한 연출로 소화되는지 보면, 이것은 일종의 재료의 발효라는 기법이 아닐까 판단합니다. 김치나 치즈, 더 나아가 삭힌 홍어나 취두부도 엄청난 냄새나 향을 풍겨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맛은 향과 다르며, 익숙해지고 음미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그 매력에 빠져드는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거짓말 안 치고 가운데 캐릭터가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

     

    다음으로는 제일 중요한 부분으로, 분명히 같은 요리, 같은 재료. 똑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임에도 A지점 맛 다르고, B지점 맛 다르게 하는 원리인, 최종적인 디렉팅과 연출이 바로 모든 요리와 조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조절이라고 봅니다. 감독, 또는 연출가는 같은 귀종유리담이란 소고기 요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재료의 선정과 선도 판별, 소금이나 소스의 간 조절, 굽겠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나 구울지, 회로 먹겠다고 하면 어떤 두께로 썰어야 할지, 또 그만한 센스와 실력이 뒷받쳐 주는지에 따라 맛집이 되거나 파리 날리는 집이 되거나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독과 연출자의 능력에 의해 작품이 좌우되기 쉬운 법이며, 어떤 감독은 배우보다 더 유명해지는 법이죠. 아까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매력은 재료의 선도라고 했습니다만, 감독이나 연출가는 캐릭터의 디자인과 매력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배우 또는 성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선한 재료를 더 신선하게 만들거나, 더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없다면, 숙성을 시켜서 더욱 풍미 있는 맛을 내도록 디렉팅하는 것을 보며, 진정한 요리사 그 자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 두부를 신선하게 배달하려다 보니 운전을 잘 하게 되었습니다.

     

     

    더 쓰고 싶은 표현과 비유가 많지만, 분량상 축약해서 끝으로 음향&음악에 대해서 비유를 해보면, 이는 플레이팅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야자 시간이나 공부하면서 몰폰을 할 때, 소리를 0으로 해놓고 작품을 봐도 일단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예 음향&음악이 없는 만화나 소설 장르도 있지만, 그건 다시 다른 해석을 도입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제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왕국의 눈물]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 음향&음악은 절대 무시하기 힘든 영역입니다. 사람의 무의식을 건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음식을 먹기 전에 플레이팅 된 요리의 구도를 보면서 뇌가 활발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 요리의 맛을 무의식으로 음미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요리의 플레이팅으로 이 요리 자체의 스토리텔링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쓸 수도 있고, 일식에서 자주 보이는 정갈한 플레이팅처럼, 급박한 액션 장면에 일부러 배경음악을 넣지 않고, 효과음만 집중해서 들려주는 연출들이 가능하죠. 공포영화의 경우는 사운드만 줄이거나 바꾸기만 해도 공포요소가 대부분 날아가기도 할 정도입니다. 거기에 음향효과가 너무 터무니없고, 음악은 아주 대충 뽑은 듯한 싸구려 BGM이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에 흘러나오면, 정작 시청 중인 작품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 효과도 가지고 있지요. 그럼에도 음향&음악 없이 작품 감상이 가능하듯, 요리된 음식을 그냥 소쿠리에 넣고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음향&음악은 참 독특한 위치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플레이팅 자체가 요리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로, 분명 아는 스토리/분명 아는 맛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고기를 스테이크로 먹어도, 햄버거로 먹어도, 갈비찜을 해서 먹어도 다 다르고, A햄버거집, B햄버거집 맛이 다르듯 스토리가 비슷하거나 거의 같다고 하더라도 다른 재료들과의 조합이나 요리사의 손길에 의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원리와 맞닿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배고프니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드리고, 즐거운 식사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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