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플루토] -인간이 아니라서 먹히는 강력한 클리셰-
    [애니메이션]/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2023. 11. 29. 03:06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7gmQ82HUck&ab_channel=NetflixKorea%EB%84%B7%ED%94%8C%EB%A6%AD%EC%8A%A4%EC%BD%94%EB%A6%AC%EC%95%84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중에서 간만에 대작이 하나 나왔습니다. 우리들에겐 [우주소년 아톰]으로 유명한 아톰의 에피소드 중, ‘세계 최강의 로봇에피소드를 [20세기 소년], [몬스터] 등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浦沢直樹)’의 만화를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이죠. 한국 한정으로는 이름하여 일어나, 돈 벌어야지...”하체해야지...”짤로 유명한 만화이기도 하죠.

     

    다른 바리에이션으로는 '하체해야지...'가 있다

     

    이 작품은 스모키 째즈를 표방하는 브금과 주인공을 아톰이 아닌 초고성능 AI가 탑재된 인간형 로봇형사 게지히트가 주인공이 되어, 한 편의 추리물 장르처럼 진행됩니다. 1화에는 추리물을 진행하다가 대뜸 노스 2호와 그를 고용한 은퇴한 음악감독의 이야기가 갑자기 나와서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 짦은 1화도 아니고 반화짜리 에피소드를 보고 있자면 어느샌가 게지히트는 잊어버리고 노스2!!!”하고 울고있는 시청자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보는 내내 '이 새끼 뭔가 험악한(?) 반전 일으킬 것 같은뎅?ㅋㅋㅋ'하고 봤는데 그저 반전(反戦)주의였던 게 반전

     

    왜냐면, 이 작품은 시종일관, 매 주역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있는 클리셰의 빌드업을 쌓고, 후반부는 예외없이 클리셰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클리셰라는 말 자체가 스토리나 연출이 여러 작품마다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는 패턴인지라, 요즘은 클리셰에 질린 것을 떠나서 클리셰의 클리셰를 깨 버리는 연출들이 되려 호평을 받기도 하죠. 가장 대표적인 클리셰로는 빌런측에 강력한 한 방을 먹이고, 주인공측 주연이 해치웠나?!(얏따카?!)”를 외치면 그 빌런이 살아나거나 도망가거나 더욱 파워업해서 2페이즈가 개시되어서, 어떤 면에서는 무려 부활주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해치웠...”하고 외칠려는 캐릭터를 원초적으로 봉쇄시키는 연출 등이 소소한 개그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아저씨가 퉁퉁한 이유는 클리셰로 가득차서 일 것이다...

     

    이런 클리셰 외에서 새로이 얻은 가족을 위해 자신보다 더욱 강한 적과 싸워 본인을 희생시키는 클리셰, 죽기 직전에 모든 것을 초연해 한 듯, 주변인에게 살짝 민폐를 끼치지만 다녀와서 다 설명할께하고 비장한 최후를 맞이 한다던지, “얘는 내 자식이 아니다하면서 자기가 만든 로봇이 다치든 말든 무관심하다가 끝내 고쳐준다던지, 주인공이 진짜 완벽하게 죽을 상황이지만, 한 때 주인공의 적이었던 캐릭터가 주인공을 살려내고 본인이 대신 희생한다던지...오오, 정말 한 두개가 아닙니다. 요즘 일반적인 예술작품 등에 이러한 클리셰 범벅인 작품이나 영화를 아무렇게만들어 버리면, 인기가 속칭 짜게 식을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신파연출 등은 여러분들도 익히 들어 보셨을 겁니다.

     

     

    대한민국 클리셰계의 무형문화재1호라고 진행시켜

     

     

    물론, 디즈니의 [코코]같은 작품은 진짜 대놓고 클리셰로 도전하지만, 스토리의 빌드 업과 더불어, 작중 내내 즐거운 분위기로 관객의 감정선을 아예 루틴화 시켜놓다가 후반부에 스토리의 빌드 업을 터뜨림과 동시에 감정선을 익숙하지만 굉장히 강력한 감정선으로 반전을 일으켜서, 뻔한 클리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입속에까지 눈물과 콧물이 들어갈 정도가 되는 거죠.

     

    앜ㅋㅋ어디서 개 진부한 (쓰읍) 클리셰 따위...(훌쩍) 가지고 와서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플루토][코코]식 클리셰 연출이었나요? 정확히는 [코코]와 비슷한 계통의 클리셰는 쓰였을 지언정, 방식은 달랐습니다. 단적으로 비유를 해 드리자면, 같은 검이라도 한국검도 해동검도 다르듯, 쓰는 방법이 다릅니다. [플루토]는 다른 여타 작품들의 클리셰의 빌드 업 방식에 아주 독특한 조미료를 추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클리셰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이라는 겁니다.

     

    이런 성격의 캐릭터가 한 트럭

     

    [플루토]에 등장하는 주역 캐릭터는 대부분 로봇입니다.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좋겠지만, 작중에서는 일단 로봇이란 명칭을 씁니다. 형태도 제각각 입니다. 게지히트의 경우는 본인 스스로 말하지 않고는 로봇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인간과 닮아 있습니다. 원작 [우주소년 아톰]에서의 디자인과는 차원이 다르죠. 또한, 대놓고 나 로봇입니다, 하고 티 내는 듯한 디자인인 노스2호나 몽블랑도 있지요. 그런데 다들 하나같이 사람보다 더 사람답게 행동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눈물도 흘리고, 분노도 합니다. 딱 밥 먹는 것만 시늉을 하거나, 필요 없음에도 먹는 것 정도로 I am 로봇이에요, 라고 시청자들에게 환기는 시켜줍니다.

     

    클리셰 덩어리 아저씨가 독특하게 자신의 전투 로봇에 탑승하는 씬을 보여줌으로써 한 방에 의심을 지우고 환기를 시켜줍니다

     

    대신, 그저 이 캐릭터들이 단순히 사람보다 더 사람답다, 라는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이 로봇들이 왜 사람보다 더 사람답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스토리 빌드 업을 착착 쌓아 갑니다. 분명히 그렇게 설계 되지 않았는데, 그저 프로그래밍일 뿐인데 마치 버그를 일으킨 것 마냥 로봇만의 제약을 깨거나, 로봇인데 꿈을 꾸거나, 어떻게든 사람 다워져야 할 이유를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스토리 빌드 업이 아주 높은 단계까지 쌓였을 때, 작품은 클리셰라는 이름으로 공든 빌드 업을 깨부수고 종료시킵니다.

     

    하나하나 막 내려갈 때 저도 저러고 경례 박고 싶었어요...ㅠㅠ

     

    여기서 이 작품이기에 먹혀 들어가는 클리셰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얻습니다. 일부러 요즘 사람들이 알기 쉬운 클리셰로 각 캐릭터의 서사를 끝마치는 이유가, ‘로봇은 로봇의 클리셰가 있겠지만, 이들을 더 이상 로봇으로 볼 수 있겠는가? 이쯤이면 그냥 사람이지 않는가?’ 하는 식의 논리를 대입해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로봇들에게 사람들이 익히 겪는 클리셰로써 마무리를 장식해 준 것입니다. 작중 로봇 캐릭터들은 그렇게 로봇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 같은 연출을 보여준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 나오는 클리셰들은 사람들에게 있어서지루하고 뻔한 것, 오히려 그렇기에 이 캐릭터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대 떨어져서 권총자살한 어떤 인물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100%인간 아저씨는 되려 맥거핀이 되는 기현상이 있습니다

     

    조금 긴 여담으로, 이 작품[플루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캐릭터는 텐마 박사였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넘어와서 우선 안경 렌즈 색깔이 수-상할 정도로 어떤 중학교 2학년 신화가 된 소년의 못난 아부지가 쓰고 댕기는 거랑 굉장히 흡사한데.......하는 짓거리 마저도 너무 흡사해서, ‘이건 아무리 봐도 오마쥬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 바로 [에반게리온]의 주인공의 매정한 아버지 이카리 겐도의 오마쥬로 보였습니다.

     

    짱구에도 특별출연(?)

     

    이카리 겐도라는 캐릭터 자체가 시대가 흐르면서 여러 극장판 및 공식 코믹스 설정 등이 나옴에 따라 너무나도 입체적이고,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죽은 아내를 다시 살릴 수는 없으니 전인류를 본인을 포함해 오렌지 쥬스(?)로 만들어 버리면 내 아내랑 하나가 되겠징ㅋㅋ?하는 심보로 세상을 멸망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만든 장본인인데, 알고 보니, 자기 아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들에게 질투심까지 느끼는...정말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난해한 캐릭터죠. 그러다가 신극장판 등등에서 자기 아들과도 뒤지게 싸우고 화해무드로 흘러갔는데... 이처럼 [플루토]의 텐마박사도 연기톤이나 시선처리 등이 굉장히 이카리 겐도와 흡사합니다. 또한, 진짜 아들을 잃고, 그 아들을 그대로 본따 만든 초고성능 AI 로봇 아톰’. 하지만 아무리 외형이 죽은 아들 토비오와 닮았어도, 일종의 테세우스의 배(후일 포스팅 소재입니다)’마냥 인정을 하지 못하고 서커스단에 팔아버리는.....................정말 이카리 겐도 스러운 뭔가...뭔가 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아톰이 다시 깨어날지도 모르는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그 전설의 짤이 나온 그 장면)결국 츤데레 마냥 자기 몸 마저 혹사해가며 아톰을 살려내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지구를 지키는 결말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1995년에 시작해서 2021년에 화해하는 부자(父子)

     

    [에반게리온]에서도 죽은 아내를 끝끝내 잊지 못해서 아내의 유전성분으로 만든 클론인 아야나미 레이까지 만든 이카리 겐도. 하지만 이내 아야나미 마저도 본인의 아내가 아닌, 아내와 닮은 테세우스의 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구 멸망을 시키지만, [플루토]의 텐마박사는 오히려 지구멸망의 키포인트급 행위를 본인이 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갚는 것으로 흘러감에 따라, 솔직히 이카리 겐도에게서 오마쥬 포인트를 잡고, 텐마박사라는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지 않았나 하는 킹리적 갓심을 부려봅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 스포일러라 포스팅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솔직히 이정도 디자인이면 누가봐도 노렸다고 함 ㅋㅋ

     

    , 이건 말할 수 있겠네요. 아무리 아톰을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지만, 아쉽게도 엉덩이 총은 안 나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