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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남주의 폴더 폰, 여주의 슬라이드 폰, 그리고 오마주의 향연
    [애니메이션]/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2023. 9. 26. 02:13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Qc6zxMH0DQ&ab_channel=%EB%AF%B8%EB%94%94%EC%96%B4%EC%BA%90%EC%8A%AC 

     

     

    (먼저, 이 작품은 원작이 있다곤 합니다만, 문제는 제가 원작을 보지 못 했습니다. 이 점은 독자분들께서 본 포스팅을 읽으시는데 관해 참고를 부탁드리고, 일단 극장 애니메이션 연출에 한 해서만 포스팅을 올릴까 합니다.)

     

    나도 비 오는 날 우산을 잘 챙겨야지. 암, 아암!

     

    일본 현지에서는 작년 20229월 개봉한 CLAP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작품,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가 이번 20239월 한국에서 개봉했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러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하면 일단 극장으로 향하는 주의라 관람하고 와봤습니다만, ! 후회는 없는 볼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남주와 여주의 달달함이 아주 블랙사파이어 탕후루 급이라, 보고나서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이가 썩을 것 같더라구요.

     

    ??? : 학상이면,,, 학상답게,,, 공부~~~를? 해야,,,그,,,本分을,,,다~~~하는거지~~~^^연애~~~그까이꺼~~~나중에,,,다,,,크면,,,,(후략)

     

    이번 작품은 줄여서 [여름 터널]이라고 부르겠습니다만, 딱 보자마자 유명한 작품들의 오마쥬들이 아주 대놓고 스까져 있더라구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단 처음부터 신카이 마코토(新海誠)감독의 [별의 목소리],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감독의 [에반게리온 TVA 또는 신극장판], 그리고 일본 신화인 [고사기]에 나오는 이자나기 아자나미 설화 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채용된, 좀 비약적으로 비유하자면 게임 원신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을 동일 선상에 두고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영항을 엄청 강하게 받은 것이 느껴집니다.

     

    WA! [별의 목소리]에서 나온 2047년 신기종 핸드폰. 러다이트 씨게 당한 삼별과 사과의 평행우주인가...

     

    일단 배경이 2005년에 두 주인공이 2G시절 폴더 폰과 슬라이드 폰을 쓴다는 점, 시공간이 뒤틀리는 우라시마 터널에서 문자를 보내는 시차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점, 그 시차를 뛰어 넘어 결국 메시지와 본심이 전달된다는 점에서 [별의 목소리]의 플롯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다만, 이 작품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이전 커플 브레이커로 유명한 그의 스토리텔링에서 [여름 터널]감독만의 스토리텔링을 구사해보고 싶었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시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SF적인 이유가 아니라 판타지 적인 이유로 이사를 해서 가능하게 된 것 같지만요.

     

    은근히 역사가 깊은 군필 여고생. 물론, [별의 목소리]의 남주도 군필이 되지만...

     

    그 외에도, 남주가 산길에서 떨어지는 여주를 붙잡다 에로한 상황을 연출하는 클리셰적인 오마쥬에서, 비를 피하고 옷을 말리기 위해 들어간 여주의 집에서 역으로 여주가 남주를 쓰러뜨리는 장면(12세라서 그 이상의 나잇대에서 볼 수 있는 연출은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더 이상)은 딱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레이의 구도를 반전시킨 오마쥬로도 보였습니다. 위치와 심리 또한 오마쥬임과 동시에 반전을 꾀 한 것도 보이고요.

     

    낄낄 관객이 으-른이 되어도 더 이상 안 보여 줄꺼지롱!

     

    하나 더 [에바]에서 반전시킨 포인트를 뽑자면, 남주와 이카리 신지와 공통되는 이동식 음향기기’. 신지는 작품 끝까지 아버지와의 연결고리인 워크맨을 이어폰을 꽂은 채 세상과 단절하고 자신만의 세상으로 틀어박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데 [여름 터널]남주는 자기 용돈으로 산 건지, 집 떠난 엄마가 사준 건지, 늘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아빠가 어쩌다 사준건지, 물려준 건지 전혀 설명이 안 나오지만, 극 초반부에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음향기기(MP3로 추정)를 떨군 다음, 현실세계 한정으로 다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장면 직후에 여주와 본격적인 교류의 오브젝트가 되는 우라시마 터널을 찾게 되죠. 이처럼 [에바]에서는 아버지 때문에끝끝내 손에서 놓지 않았던, 타인과의 교류를 차단시키는 음향기기가 [여름 터널]에서는 아버지 때문에손에서 놓게 되고, 타인과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한다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여름 터널] 남주는 이거 봤다

     

    거기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주지만, 대가로 현실세계의 시간을 왜곡시켜버리는 우라시마 터널에서 만난 남주의 여동생. 어렸을 적, 자기 때문에 죽어버린(실제론 그런 것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저주로 인해 계속 마음의 짐을 지니고 있던 남주)여동생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가족으로서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동생을 그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만났지만, 현실의 새로운 사랑인 여주를 향해 나갈 때, 여동생의 목소리를 듣고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남주.

     

    이런 여동생을 두고도 뒤 돌아보지 않다니...독한 놈...

     

    부연설명을 하자면, 그리스 로마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와 굉장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일본 신화의 이자나기 이자나미 이야기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오빠 신 이자나기가 여동생 신 이자나미를 사랑하여 여러 자식을 낳고(그 자식중에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았지만, 여동생 이자나미가 모종의 이유로 죽게 됩니다. 그래서 오빠 이자나기가 여동생을 다시 살리기 위해 저세상으로 가서 이자나미를 데리고 나올라고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습니다. 바로, 절대 뒤 돌아서 여동생을 보지 말 것. 이자나미와 같이 나오던 이자나기가 갑자기 뒤에서 여동생이 넘어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자, 흉측한 몰골의 무언가만이 있었고, 크나큰 장벽에 의해 두 번 다시 이자나미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일본 내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여러 작품에서도 쓰입니다. , 또카이 신코토 감독의 [별을 쫒는 아이]에서 배경설명으로도 나온 설화이죠. 이렇듯 이 신화의 이야기 또한 [여름 터널]에선 반전시킵니다. 여동생에 대한 미련을 접고, 뒤 돌아보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사랑인 여주를 향해 나아갑니다.

     

    오늘 따라 -틀- 적인 요소가 많군요. 네, 젊은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홍은영 판 오르페우스 입니다.

     

    일본신화적 표현에 대한 여담으로 작중에서 여주와 남주가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도중에 관계가 급 깊어지는 맑은 날, 마지막으로 여주가 남주를 찾아 우라시마 터널로 향할 때, ‘사슴이 총 세 번 열차에 치여 죽어 열차 도착을 지연시키는 씬이 반복됩니다(사슴 고멘). 여기서 약간 마카이 또코토 식 신화적 스토리텔링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만, 사슴은 일본 전통종교인 신토(神道)’에서 신의 사자’, ‘신의 대리인같은 위상을 지닌 동물임을 비추어 봤을 때, 작품의 초월적인 운명이나 인연을 신화적인 판타지가 작용하며 성취시켜 주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됩니다.

     

    작중 삼연뻥 당하는 사슴

     

    , 여기서부터는 메인 포인트의 저만의 해석인데, 이 작품이 왜 후회 없이 재밌게 본 작품이었냐 하면, 남주와 여주의 키 포인트 소지품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포스팅 하는대로 이건 공식 피셜이 아니라 제피셜로 말씀드리자면, 남주는 폴더 폰’, 여주는 슬라이드 폰인 점에 집중을 했습니다. 분명, 초반부에 남주는 따로 친구도 있고, 그럭저럭 평범한 남주처럼 보이는데, 여주는 바로 오자마자 누구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심지어 난생 처음 같은 반 여학생을 원펀치 투 케챱을 날리기 까지 합니다.

     

    좌 : 남주의 폴더 폰 / 우 : 여주의 슬라이드 폰

     

     

    그러나 정작, 남주는 여동생의 사망으로 인하여 붕괴된 가정 때문에 타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상태였고, 여주는 할아버지와 관련된 만화가의 꿈을 진정으로 알아줄 상대에 대해 늘 갈증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죠. 만화에 대해 진심으로 다가와 줄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받아 줄 의향이었다는 것이 작중 진행되면서 알게 모르게 표현되곤 합니다.

     

    솔직히 이 뒤에 나오는 원펀치 투 케첩 장면에서는 사이다가 아니라, 진지하게 만화가가 아니라 UFC를...하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작품의 첫 장면인 비 오는 시골 역에서 남주는 여주를 처음 만나고, ‘굳게 닫혀있던 폴더 폰을 처음으로 열게됩니다. 그리고 여주의 슬라이드 폰은 앞에 서있는 남주를 향해 팔을 뻗듯 슬라이드합니다. 그렇게 남주는 여주를 만나 폴더 폰이 열리는 것 처럼 마음을 열게 되고, 자신만의 사랑이 여주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주 또한 여름축제 불꽃놀이 씬에서 남주에게 먼저 손을 뻗어 잡는, 슬라이드 폰 처럼 다가서는 연출이 너무나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연출을 위해서 2020년대가 아닌, 스마트 폰 이전의 시대인 2005년을 배경으로 삼지 않았나 싶습니다.

     

    짜식들.......행복해라.....ㅠㅠ

     

    끝으로, 결말에 대한 감상을 말씀드리자면두 남고딩 여고딩의 풋풋한 순애가 어느 샌가 오네쇼타 장르로 바뀌었다는….

     

    순수?하게 비유하자면 딱 이 둘 처럼 된 느...낌...?

     

    이만 포스팅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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