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Rarob7gwC4
원피스의 명품 조연이자 쵸파의 진정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닥터 히루루크”가 남긴 명대사가 있습니다.
그만둬라.
니들 공격 정도론 난 죽지 않아.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맹독 버섯 스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내가 사라져도 내 꿈은 이루어진다.
(한국어 만화 정발판 기준 대사 발췌)

약간 존재론이나 철학논제와도 걸쳐있는 유명한 대사입니다. 이와 관련 깊은 것 중 하나가 고대 이집트의 극형 중 하나인, ‘무덤 기록 지우기형’이 있죠. 현세에서 조차도 그를 기억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면 사후세계에서 조차도 사라지는 원리라고 합니다. 영화 [코코]의 주요 소재인 멕시코의 전통문화 ‘죽은 자의 날’도 이와 같은 맥락이죠. 이처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면서 누군가 ‘나’를 인식하고, 그 인식이 계속 이어지면서 ‘나’는 존재하고, 육체적인 부분이 소멸될지 언정, 내가 세운 의지는 영원히 계속되며, 그것은 ‘살아있는 것과 다름 없다’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동양문화권의 유교에서 조상들을 섬기며 기리는 것 또한 이것과도 닮아있죠.

그런데 이번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신작, [스파이더맨 : 브랜 뉴 데이](*이하, [톰스파4])는 바로 전작에서 ‘피터 파커’의 존재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한 순간에 사라진 상태에서 시작을 합니다. 가족도, 어벤저스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들도, 가장 친한 친구 네드는 물론이요, 연인 MJ까지 모두 잃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피터 파커의 보조를 해주는 AI, E.V가 있지만, 이번 작품에 새로 나온 AI 모델이라 토니 스타크가 남긴 AI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니, 좋은 조수지만, 피터 파커를 기억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래서 작중 피터 파커는 실제 사람들과 거의 교류가 없다시피 살며, 오로지 스파이더맨 슈트를 착용하고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인연을 쌓습니다. 덕분에 그를 인정해 주는 경찰 간부가족들과 썬더볼츠의 블랙 위도우, 데미지 컨트롤 국장 등 또 새로운 인연이 태어납니다. 하지만 피터 파커의 새로운 인연은 만들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후회와 갈증으로 고민합니다. 그저 인스타로 ‘피터 파커’를 마법의 힘으로 잊혀지게 된 네드와 MJ를 바라볼 뿐이죠.

그래서 일명 ‘샘스파’, ‘어스파’로 불리는 구작들과는 방향성 자체가 역방향으로 구성된 신선한 전개 입니다. 기존의 시네마틱 스파이더맨들이 하나같이 밑바닥에서 우연히 히어로가 되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과정 중에 겪는 갈등 등을 나타냈지만, 이번 [톰스파4]에선 평범하지만 최고의 가족인 메이 숙모, 아버지의 역할이자 스폰서 사장님이나 다름 없는 토니 스타크와 그의 지원, 친구, 연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 역대급 최고 호화스러운 피터 파커였지만, 레버리지 한 번 잘못 땡긴 사람처럼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것을 떠나, 거미 유전자까지 극한의 트라우마가 원인으로 몸을 침식해 꼭 [스파이더맨3]에 나왔던 베놈처럼 스스로의 싸움끼지 하는 마이너스 상황까지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스파이더맨이 어떤 히어로 입니까. 단순히 우주적 슈퍼파워를 가져서 그 어떤 빌런도 해치우는 영웅이라서가 아니라 내면 또는 사회와의 사이에서 오는 인간적인 고뇌를 최종적으로 이겨내고, 알을 깨고 나오는 데미안의 아브락사스 형 히어로이기 때문에 수많은 팬과 인기를 차지하는 영웅입니다. 그렇기에 [톰스파4]에서는 큰 힘을 가지고 큰 책임을 지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는 스파이더맨으로서 모두에게 인정 받고, 뉴욕시로부터도 인정 받으며, ‘진 그레이’와의 대면을 통해 그녀와 공감하면서 ‘피터 파커’조차도 부정하지 않게 됩니다. 즉, 모두에게 잊혀졌었더라도, 전제조건이기엔 조금 큰 부분이지만, 자신이 가진 큰 힘에 대해 책임을 완수하는 자는 ‘새로 태어난다’ 같은 스파이더맨 식으로 닥터 히루루크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요상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톰스파4]의 피터 파커가 ‘경제 활동’을 하는 묘사가 일절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포스팅 날짜 기준 신품 기준으로 공기계 값만 족히 100만원이 훌쩍 넘는 삼성 갤럭시폰을 쓰는 건 어른들의 뭐시깽이 같은 걸로 넘길 수 있지만, 진짜 재택 코딩 알바를 하는 건지, E.V가 뭐 코인 거래라도 해서 버는 건지, 깡으로 막노동 노가다를 하는 모습 조차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선 가정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면제가 되었지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시리즈에선 되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 사진을 찍어 데일리 뷰글에 팔기도 하고, 피자 배달을 하다가 시민을 구하느라 알바에서도 짤리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과 대조적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생기는데,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인 [스파이더맨2]에서의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 활동에 대해 ‘현타’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로 작동하는 게 바로 이 뉴욕 사회안에서의 경제 활동 입니다. 스파이더맨 활동으로 인해 번번한 정규직을 얻을 수도 없고, 알바를 뛰어도 스파이더맨 활동 때문에 욕먹고 짤리기나 할 뿐, 그 누구도 ‘피터 파커’의 ‘억까’를 알아주지 않습니다.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면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지만, 그 가면을 벗은 피터 파커에겐 욕과 해고와 데일리 뷰글의 사진값 떼먹기 등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진짜 스파이더맨을 그만두고 참맛을 누리지만, 큰 힘을 가지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시 스파이더맨으로 돌아오는 그 서사는 지금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톰스파4]에서 그런 부분이 사라지니, 단순히 극의 흐름을 위한 생략 또는 짜잘한 MBTI T성향들이나 생각할 부분을 넘어, 서사의 완성에서 부품이 빠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작중, 피터 파커는 ‘메이너드’라는 가명을 쓰면서 또 사람이랑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잘 하는데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을 거의 자발적으로 안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를 않죠. 오로지 스파이더맨 활동에 목을 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해석도 가능해 지는데, 오히려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면 도파민 터지는 격려와 환호를 받으니, 그것에 중독되어서 점점 스스로 피터 파커를 죽이는 역설! 까지 말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작중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예시로 든 해석입니다만, 이런 해석까지는 안 나오게 막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즉, 피터 파커에서 스스로 사회를 거부하는 이유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러니 대체 월세는 어떻게 내는 것이며, 핸드폰 통신비, 옷(은 세탁실에서 여자옷 몰래 훔쳐서 해결…), 밥, 제어기 만드는 재료 등등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의문이 버섯 피듯 피어나 몰입에 방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스파이더맨2]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사회(뉴욕 시)는 피터 파커를 어짜피 알아주지도 않는다’가 주된 축 중 하나였다면, [톰스파4]는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와 진 그레이, 이 세 명의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사회를 배제시킨 계산이라고도 보입니다만, 그러한 진 그레이도 ‘데미지 컨트롤’이라는 큰 힘을 가지고 책임을 지지 않는 작은 사회에 의해 고통 받은 서사를 푸는 만큼, 이번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이 아닌 인간 피터 파커)도 뉴욕 시와의 관계성을 좀 더 묘사했으면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퍼즐을 보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빌런 부분은 개인적으로 최고로 흥미로운 빌런이었다가, 그 정체가 나오고 팍 식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초반부, 일반 시민들의 몸을 하이 재킹 하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실체가 없는 빙의형 빌런’으로, “여러분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감히 함부로 해칠 수 없는 시민들을 인질로 범행을 저지릅니다. 시민을 구해야 하는데, 그 시민 안에 빌런이 있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가장 약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빌런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약간 DC의 ‘조커’나 ‘펭귄맨’같이 히어로를 이름하여 ‘말려죽이는’식의 시련을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추후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 : 둠스데이]등으로 ‘X맨’ 프랜차이즈와의 확장을 위한 어른들의 개입이 있어서인지, 뜬금 X맨 프랜차이즈의 진 그레이가 그 정체였습니다! 라고 하니, 실체가 없어서 무서웠던 빌런이 실체가 생기니까 순식간에 공포가 사그러드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대중을 이용해서 스파이더맨을 공격한다는 것은, 바로 전전작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가 이용한 작전임으로 훌륭한 트라우마 공격도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여튼, [톰스파4]는 아쉬운 부분이 없던 영화는 아니지만, ‘톰스파’ 연대기의 훌륭한 전환점을 보여준 영화임은 틀림 없습니다. 추후 감독판 등에서 알바 씬 등이 추가되어 나오면 꼭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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