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스타워즈 :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이하, [만도와 그로구])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 작품이 꽤 재미있는 방식으로 기존 [스타워즈]의 상징들을 비워낸 작품이라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본작에는 데스 스타도, 스타 디스트로이어도, 그리고 무엇보다 [스타워즈]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이트 세이버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그럼 대체 뭐가 나옴?”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거대한 병기나 제다이 신화의 상징을 앞세우는 대신, 만도와 그로구,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작고 낮은 존재들이 어떻게 사건을 굴러가게 만드는가에 훨씬 더 집중합니다.

작품의 기본 구조 자체는 제법 큽니다. 신공화국의 의뢰를 받은 만달로리안 ‘딘 자린’(*이하, ‘만도’)과 ‘그로구’가 제국 잔당의 문제를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은하 뒷세계의 지배자 헛 쌍둥이들과 얽히게 됩니다. 재료만 놓고 보면 얼마든지 더 거대한 정치극이나 대규모 전쟁극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쪽으로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계속해서 “작은 것들이 큰 구조의 빈틈을 파고드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부분이 본작의 가장 중요한 작동원리였다고 보였습니다.

초반의 AT-AT 장면이 바로 그렇습니다. 발전된 CG로 보는 AT-AT는 그 실루엣만으로도 (야라레 메카 중 하나로 유명하지만)고대 코끼리병을 연상시키는 거대 병기입니다. 거대한 다리, 육중한 몸체, 느리지만 압도적인 전진. 말하자면 우주전이 아닌 지상전에서 “큰 것이 작은 것을 짓밟는다”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이만한 병기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만도는 이것을 더 큰 화력으로 찍어 누르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다리에 폭탄을 설치해서 AT-AT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내부로 파고들어 적장을 잡아내고 간단히 게임을 끝냅니다. 얼핏 보면 그냥 시원한 오프닝 액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장면이 본작이 앞으로 반복할 “작은 것들의 작동원리”를 꽤 노골적으로 선언하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작동원리는 안젤란 수리공들의 장면에서도 이어집니다. 만도의 거처에서 우주선을 수리해주는 이들은 그로구보다도 더 작고, 그로구 같은 ‘포스’도 없어 약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이들을 단순히 작고 개그성 있는 귀여운 생물체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그 작은 수리공들은 나름대로의 우주선을 가지고 있어 항간 이동도 가능하고, 또 맹금류 사이즈 정도로 ‘작기 때문에’ 헛 쌍둥이의 본거지의 철통 같은 방공망도 뚫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거기에, 헛의 군대인 드로이드나 행성의 포악한 생명체들은 들어갈 수 없는 작은 하수구 통로를 통해 위기에 빠진 만도를 구출하기까지 합니다. 기존 [스타워즈]시리즈에서 이런 미니미니한 종족들이 나오면 상품용 외계인 특성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작은 존재들은 마스코트가 아닌 실제로 서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부품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중심에는 역시 그로구가 있습니다. 사실 그로구는 캐릭터 디자인부터가 거의 반칙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큰 눈, 작은 손, 묘한 표정, 말은 거의 하지 않지만 정말 사람의 어린이, 또는 아기같이 관객을 움직이는 존재감. 솔직히 이 정도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적당히 귀엽게만 보여줘도 관객 반응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거기에 최초의 [스타워즈]시리즈의 오마쥬처럼,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한 것 처럼 그로구가 움직입니다. 즉, CG느낌 보다는 실제 모형을 가지고 찍은 느낌을 들게 해서 추억과 실제감을 더 느끼게 하려는 연출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로구는 갑자기 완성형 제다이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몸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버티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비워냈어도 그 철학은 유지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만도와 그로구는 용병으로 의뢰받은 일만 한다고 겉으로는 말해도, 정작 헛 쌍둥이가 자신의 조카 ‘로타’를 죽여 입지를 견고히 하겠단 것을 파악하고는 의뢰를 배반해서라도 선과 정의를 위해 로타를 구출합니다. 그러한 선함이 우주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멤돌다가, [레드 데드 리뎀션2]의 르모인 갱단 본거지 같은 험악한 정글인 헛 쌍둥이네 본거지에서 만도가 죽을 위기에 당했을 때, 그의 목숨을 구해주는 동양의 ‘신선’같은 존재가 나타납니다. 은근히 동양철학이나 문화요소를 넣는 [스타워즈]시리즈의 문법을 보여주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억지스러워도 시리즈의 전통이라는 면에서 납득이 갑니다. 은혜는 돌아온다. 작은 선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베푼 일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신을 살린다. 새롭냐고 묻는다면 새롭지는 않지만, 시리즈가 줄곧 말해온 작은 파문의 구조와는 꽤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액션도 ‘라이트 세이버 없이 괜찮을까?’하지만, 오히려 라이트 세이버 대신 새로운 [스타워즈]만의 액션을 보여준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전면에 나오는 것은 블래스터, 냉병기, 갑옷, 육탄전, 그리고 현장에서 무기를 찾거나 만들어 바로 써먹는 만도 특유의 전투 방식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만도가 레버액션 광선총을 사용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서부극의 감각을 떠올리게 하고, 이건 단순히 “총 모양이 멋있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만도와 그로구]라는 작품이 처음부터 갖고 있던 스페이스 웨스턴의 정체성을 극장판 안에서도 분명히 밀고 간다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만도의 액션은 우아하지 않습니다. 맞고, 버티고, 들이받고, 빼앗고, 다시 쏩니다. 그런데 이 둔탁함이 꽤 매력적입니다. 만도는 제다이가 아니라, [내 이름은 튜니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같은 현상금 사냥꾼이자 용병이니까요.

다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후반부 X윙 편대의 구출작전이었습니다. 물론 이 장면 자체가 재미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타워즈]에서 X윙이 가지는 상징성은 여전히 강하고, 신공화국이 뒤늦게 나마 변방의 사건에 개입하며 상황을 정리하는 갈등해소 기능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헛 쌍둥이라는 이름이 가진 은하 뒷세계의 체급 및 작중에서 보여주는 행성의 무시무시한 전력을 보여준 상황에서 관객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자, 이제 뒷세계의 거물다운 스펙타클한 장면이 나오겠지?” 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최소한 구축함선이나 대량의 전투기 편대, 제국을 방불케하는 방공시스템 등으로 ‘뒷세계의 1인자’를 증명하는 장면 하나 정도는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생각보다 너무 간단하게 정리됩니다.

이 연출 또한 ‘작은 X윙이 커다란 헛의 본거지를 일망타진’하는 모습에서 작품이 내내 보여주는 연출과 맞닿아 있어서 ‘모순은 피했지만 싱거워서 소금을 찾는’느낌이 크게 들었습니다. 특히, 아무리 X윙이 상징적이고 작중 어마어마한 스펙을 자랑하는 전투기임은 시리즈 팬들이라면 다 납득을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적 묘미를 너무나도 희생한 면모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차라리, 영화 연출의 모순을 피함과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의 맛을 살리는 방법으로, X윙 편대가 항공 지원을 해 줌과 동시에 신공화국 동료들이 행성에 상륙해 멋진 백병전을 보여주면서, 지상에서 헛의 방공망을 무력화 시키면, 서사적으로도 연출적으로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제작비 생각도 해야겠죠.

결론적으로 [만도와 그로구]는 작은 것이 큰 파문을 만든다는 제목의 의미를 꽤 정직하게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작은 몸으로 거대한 병기의 틈을 파고들고, 작은 손으로 우주선을 고치고, 작은 선행이 뜻밖의 순간에 돌아오며, 작은 아이가 전사의 목숨을 구합니다. 그 작은 ‘선(善)’의 파문이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는 모습은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도 이 감각이 이어진다면 꽤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한 짓 좀 그만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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