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4BZpoafQqA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알려진 게임이자, 게임 최초로 영상화도 되었으며, 역사 또한 40여년의 세월을 가진 인류문명을 대표하는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전작의 큰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 후속작인 [슈퍼 마리오 갤럭시 무비](*이하, [슈마갤])가 개봉을 했습니다. 전편의 쿠키영상에서 마리오 시리즈의 대표 감초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요시’의 등장을 암시하며 끝냈기에, 2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기다림이었죠.

전편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무비](*이하, [슈마브])에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마리오를 즐긴 사람들에게 아기자기한 공감과 팬 서비스 등을 선사함과 동시에, 복잡한 세계관 구축이나 트릭키한 스토리텔링 등을 일부러 배제해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잘한 케이스로 저 또한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애초에 원작 마리오 시리즈 부터가 ‘게임성’에 극대화한 만큼, 이 영화도 ‘공감과 어트랙션’에 집중을 했죠. 결과, 어린이 관객은 쉽게 영화에 빠져들고, 어른 관객은 추억에 잠시 잠겨봅니다.

그리고 이번에 [슈마갤]이 개봉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슈마갤]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라는 제목이 아니라, 슈퍼 마리오 IP내의 동명의 게임인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타이틀을 그대로 달고 나와, 속편의 개념을 챙겨감과 동시에, 신세대와 구세대의 중간시대급 타이틀인 [슈퍼 마리오 갤럭시]에 관한 공감과 서사를 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원작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젤리나 공주’와 그녀가 보호하는 작은 별들, ‘치코’들을 등장시키고, ‘쿠파 주니어’의 침공과 한 치코의 트롤링에 의해 로젤리나 공주가 납치되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근데 문제는 이러고 나서 ‘갤럭시’의 정체성은 이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마리오 형제가 의뢰를 해결하던 도중, ‘요시’를 만나게 되고, 귀여움 터지는 요시의 일대기를 잠시 소개해 준 다음에, 늘 있는 WWE처럼 버섯왕국에 위기가 찾아 옵니다. 아빠와의 깊은 유대를 가지고 있는 쿠파 주니어의 침공과, 개심을 한 건지, 무언가 숨기고 있는지 모르겠는 콩알만큼 작아진 ‘쿠파’는 정신 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휘말려, 마리오 형제와 같이 행동을 하면서 다시 자신의 힘이 회복될 것을 노리는 듯한 연출이 보입니다. 그리고 불시착한 또 다른 치코에 의해 일행들이 나뉘어져 이 혼란을 수습하러 떠납니다.

문제는 전작과는 다르게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 주연들이 나중에 한 점으로 다시 모이게 되는 동안, 이 영화는 욕심을 너무 부리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개봉일 직후, 닌텐도 스위치2에 새로 발매 예정인 [요시와 신기한 도감], [스타폭스]의 홍보를 위해 까메오인 줄 알았던 캐릭터들이 꽤나 많은 분량을 챙겨가고, 거기에 [슈퍼 마리오 월드]시절에 같이 인기를 누렸던 [슈퍼 마리오 요시 아일랜드]의 패러디, 미국 수출판으로 여러 사정에 의해 게임성이 대거 바뀌었던 [슈퍼 마리오 USA]등, 여러 게임들을 한꺼번에 욱여넣는 연출을 해버립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어트랙션들을 전작에 이어 보는 것은 여전히 흥미로워도, 문제는 각 추억의 ‘공감’이 결여된 채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놀이공원에 새 롤러 코스터가 개장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타봤는데, 레일의 구성은 기존의 다른 롤러 코스터와 거의 비슷하고, 열차 위에서 보는 풍경에 지난 시절 IP의 간판만 잔뜩 세워놓은 느낌과 비슷합니다.

왜 이런 느낌이 들게 되었냐면, 전투 씬을 하나 같이 [슈퍼 스매쉬 브라더스]시리즈와 흡사하게, IP내의 여러 캐릭터들이 모여서 ‘특유의 게임 기믹’을 이용해 싸우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UFC’를 방불케 하는 전투 원툴로 이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나, 피치 공주는 생일 선물로 마리오&루이지 형제에게 미제 우산을 하나 받더니, [사무라이 스피릿츠(또는, 사무라이 쇼다운]시리즈의 ‘히사메 시즈마루’저리가라 할 정도로 우산 무쌍 액션을 펼칩니다. 튼튼한 미제 우산에 감탄하는 것은 둘 째 치더라도, [슈퍼 마리오 USA]의 캐릭터들과 펼치는 전투에서 그 게임만의 특유한 기믹인 ‘무나 도구를 땅에서 뽑은 뒤 던져서 적을 제거’, ‘피치 공주 캐릭터 특유의 치마 공중부양’같은 추억을 되새길 장치들은 그대로 빼먹은 채, 단순히 투닥투닥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후로도, 요시도, 마리오 형제도, (수상하게 돈이 많으신 분들에게 환호를 받는)폭스도 자신들이 출현한 원작의 게임의 기믹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일관된 어트랙션식 전투를 이어갑니다. 그나마, 쿠파 주니어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메이커]식 함정설치 장면이나, 후반부 전투에서 마리오가 도끼를 이용해 용암다리를 끊는 것 정도가 원작의 기믹들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스토리면은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좀 심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먼저, 대표 빌런인 ‘쿠파’의 심리 변화가 그 어떤 공감이나 복선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하라구로’식 대사를 읊어대던 쿠파가 대뜸 꿀벌 행성에 가서 맥락 없이 개심하여 마리오 형제와 화해를 하다가, 쿠파 주니어를 만나서 아들과 함께 했던 재밌는 추억을 상기시키며 다시 마리오 형제와 대적합니다. 우정보다는 가족간의 사랑이 더 큰 힘이다! 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고, 개연성을 너무 억지로 챙기면서 납득이 갈만한 연출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쿠파 주니어가 개심해버려 착해진 아빠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것을 곤란해 하며, 자신의 능력인 ‘페인팅’으로 아빠를 세뇌시켰다면 훨씬 더 납득이 가는 전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 작중 프롤로그 시점에서 '트롤링을 한 치코'가 자신들의 보호자인 로잘리네 공주를 구하면서, 자신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아닌, 그냥 다른 동료 치코가 로잘리네 공주를 구하는 키 캐릭터가 되어서, 스토리 적인 감동을 챙길 수 있었음에도 '못' 챙긴 것이 아니라 '안' 챙긴 것 같은 아쉬움이 묻어 났습니다.

그리고 본작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쿠파 주니어’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면서도, 각본가나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아무리 어린 관객들을 위한 처사라고 해도 너무하다 싶은 ‘불발된 체호프의 총’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쿠파 주니어가 아빠와 함께 어렸을 적 인형극 놀이로 만든 별의 힘으로 작동시키는 대포병기 ‘붐스데이’를 발사 직전까지 끌어다 놓고, 발사하지 못하게 각본을 꾸몄습니다. 그 유명한 [스타워즈]시리즈에서 조차도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위력은 어느 정도인지 관객들에게 충분히 체감시켜 주고, 주인공들의 절멸의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멸망으로 치닫는 발사는 막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위기와 해소를 보여줘야 했지만, 한 번도 이 붐스데이의 위력을 설파한 적이 없으니, 진짜 기운이 쪽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최소한 마리오 일행을 저지하기 위해 발사해서 쿠파 행성에 어마어마한 피해가 가는 묘사를 보여주고, 이걸 또 충전해서 악행을 일삼는 것을 마지막에 막아내는 것을 보여줘도 어린 관객들 또한 충분히 납득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장면은 비유하자면, ‘체리필터’를 모셔놓고 [낭만 고양이]를 안 부르게 하거나, ‘요네즈 켄시’의 베스트 앨범을 샀더니 [Lemon]만 쏙 빠져 있고, ‘라디오 헤드’가 앵콜송으로 부르려는[Creep]을 캔슬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슈마갤]은 여러 어른들의 사정으로 신작 게임 홍보도 해야겠다, 전작 [슈마브]에서 본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른 게임들을 일단 끌어모아! 식으로 집어넣었다가 영화 러닝타임의 한계로 인해 뒷수습을 뒷전으로 미뤄둔 것 같은 모습과, 굳이 꼭 그렇게 각본을 짰어야 했나, 싶은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슈마브]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크나 큰 인기를 얻은 것을 다시 상기해서 욕심은 조금 덜고, 집중에 힘을 더 쏟아 다음 나올 차기작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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