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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서는 무협 이세계로 가지 않는다에 대한 가설 [상] – 너무나도 강한 터줏대감, ‘사무라이’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2025. 4. 10. 23:11

     많은 분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많이들 공감하실 부분 같습니다. 일본에는 이미 무협의 대체재로도 모이는 사무라이’, ‘전국시대’, ‘챤바라(*무사들의 칼 싸움 장르를 통칭하는 별명)’ 등의 장르가 있어서 무협이 낄 틈이 없다고요. 당연하지만, 이 부분이 아주 커다란 지분 중 하나를 차지할 수는 있으나, 깊이 파고들면 이 사무라이 장르와 무협은 차이가 있어 무협 매니아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겁니다.

     

    당장 네이버 웹툰 각 요일의 1~3위에 내로라하는 무협 웹툰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먼저, 일본의 사무라이 장르의 경우, 주된 이야기가 명예로운 복수가 가장 유명합니다. 현대의 일본까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유구한 카부키 극 츄신구라(忠臣蔵)’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극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주군을 섬기던 사무라이들이 그 복수를 하고자 원인을 제공한 실력가에게 쳐들어가 복수를 달성하고, 스스로 주군을 따라 할복을 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그러한 츄신구라도 모에빔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이 뿐 아니라, 2024년 하반기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도망을 잘치는 도련님] 또한 전형적인 복수극이죠. 호죠(北条)가문을 섬기던 가신 아시카가(足利)일족이 몰래 준비한 대대적인 모반으로, 호죠 일가의 대부분이 참살 당하고, 겨우 목숨만 부지해서 살아난 호죠 토키유키(北条時行)가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해 호죠 가문의 본거지, 가마쿠라를 되찾는 이야기 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멀리갈 필요가 있나요? 당장 원피스의 와노쿠니에피소드도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모티브를 따왔죠.

     

    명실상부 2024년 방영 애니 중 최강의 짤이라고 해도 무방한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1화

     

     

     

     메인 스토리는 명예로운 복수고, 그 복수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뜻을 함께할 동료, 동지들과 의기투합하는 서브 스토리의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고, 복수의 대상자는 좀 더 악으로, 복수의 실행자는 선하거나 명분이 있는 쪽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좀 더 관객들이나 독자들,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유도하고, 주인공의 편에서 응원하게 합니다.

     

    문제는 이 장면 하나로 서사몰입 실패한 독자가 너무 많다는...

     

     그리고 이 주인공에게 복수의 명분을 주기 위해 선함을 부여하는 장면들, 예를 들어, 복수의 대상자가 점령하고 있는 마을이 높은 세금이나 부하들의 폭력에 괴로워 하는 씬을 설치합니다. 반드시 그 마을을 지나쳐야만 하는 주인공 일행은 그 참혹함을 무시하지 않고, 마을을 구원하기 위해 힘을 빌려줍니다. 여기서 주인공과 일행들 개개인의 특성강한 능력들을 어필해서 작품적 엔터테인먼트를 극대화 시키고, 관객들에게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부여함과 동시에 일종의 무협적 서사를 부여합니다. 주인공과 그 일행이 가지고 있는 와 무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악인들에 의해 곤경에 처한 약자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까지. 사무라이 장르 안에도 넓은 의미의 무협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기에 연출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무협과 비슷하고, 역사적인 면에서도 익숙함이 있으니, 무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좁아지고 있는 겁니다.

     

    음...이건 극한의 예외로 해두죠

     

     꼭 복수가 끼어있지 않아도, 위와 같은 시퀀스를 가진 세계 영화사에 계속해서 그 이름을 남긴 우주명작이 있죠. 바로,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가 있습니다. 무협처럼 판타지적인 것은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뛰어난 카메라워크와 연출로 판타지 이상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줌과 동시에,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에 대한 만족도도 줍니다.

     

    이미 스틸컷부터 극강의 비주얼인 [7인의 사무라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어떻습니까? 이 분야에서 가히 원탑이라 부를 수 있는 [바람의 검심]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죠. 중후반부 부터는 일본의 근대역사를 따라 큰 줄기의 스토리를 이어가지만, 그 이전에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거나, 오로지 힘만을 믿고 악을 행하려는 불한당들을 역날검으로 참교육 시키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주인공이 발휘하는 판타지적인 검술 등은 솔직히 무협에 일본스킨을 씌운 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흡사함을 보여줍니다.

     

    다들 학창시절에 빗자루 들고 구두룡섬이랑 아돌하고 뛰어놀아 보셨죠??...^^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통무협을 일본의 대히트 창작무협에 빗댄 일부 예시로써, 지금은 무협의 종류도 원체 다양해지고, 일본의 사무라이 장르도 같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세분화된 장르에 대한 각각의 팬층이 나뉘고 있어 사무라이물이 무협물의 대체재가 되는 시대라고 보기는 힘든 오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태어난 우주명작 사무라이물이 뿌리내린 부분은 원체 대단해서, 무협이라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이 발아하기엔 양분이 부족한 것도 팩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한 무협적 서사에 걍쩌는 액션을 불어넣으면 뭐다? 명작이다.

     

     반면에 한국은 검을 든 무사계급 대신 붓을 든 양반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으며, 견고한 중앙집권체제 덕에 중세 유럽을 방불케 하는 땅따먹기 게임이 불가능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처럼 명예로운 복수를 미덕으로 여기는 스토리텔링이나 무를 통하여 협을 이루는 중국의 무협등이 매우 자리잡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임진왜란 등의 전쟁사와 한국 역사에선 공감하기 힘든 봉건주의 체제 간의 세력다툼이 주가 되는 이야기 보다도, 무에 통달한 주인공이 로드 무비 형식으로 협을 행하는 모습에 낭만적인 서사의 공감을 더욱 사기 쉬운 환경이죠.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선 무협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반면, 한국은 말 그대로 기회의 땅처럼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길동은 뭐랄까...무협보단 서부극 느낌?

     

    당연하지만, 이러한 장르적 이야기 하나만으로 결론내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죠. 다음 편에서 실제 역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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