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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웡카] -식품위생법이 걱정되면 패배하는 동화-
    [영화]/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2024. 2. 4. 21:22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df9SWRPFM&ab_channel=WarnerBros.Korea

     

    왜인지 한국에서만 유달리 늦게 개봉한 [웡카]. 본래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어린이 층에게 어필할 하나의 동화같은 뮤지컬 영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설날 특수를 노린 개봉날짜로 인해 한국에서 가장 늦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먼저 PV만 보면 모를 수도 있지만, 일단 [레미제라블]이나 [라라랜드]같은 뮤지컬 영화로서, 좀 더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는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입니다.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듣다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을 겁니다(물리적으로)

     

    로알드 달의 원작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적인 작품으로써, 작중 전세계적으로 대흥행한 마법과도 같은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의 대표, ‘윌리 웡카의 청년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소설에서는 본인의 초콜릿을 무단으로 베낀 사업가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전 직원을 갑자기 해고하고, 공장문을 닫은 그 였는데(고용 노동법 위반),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 공장을 차리고서의 에피소드도 들어갈 줄 알았더니 아니였더라구요.

     

    어렸을 적 참 재밌게 봤었죠!

     

    아예 공장을 차리기 이전에, 왜 자신이 초콜릿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지 부분만 다룹니다. 빈털털이 초콜릿 제작자가 새로운 기회의 도시에서 본인의 비즈니스 드림을 이루려고 하지만, 기존 초콜릿 기업가들의 자본으로 찍어누르는 방해공작과 사기나 다름없는 노예계약으로 여관방에 붙잡혀 사는, 정말 타락하기 딱 좋은 소재들 가운데서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초콜릿을 나누어 주고자 고군분투 합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찰리 채플린의[모던 타임즈]와 콜라보를 해도 좋을 것 같았던 장면

     

    저는 보통 원작과 트랜스 미디어 된 작품은 별개로 보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웡카]는 이 이후 원작 소설에 나오는 윌리 웡카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격과 스토리 텔링에 대한 일종의 연관성과 개연성 등등이 있을까 하며 봤지만, 이쯤 되면 그냥 MCU의 평행세계마냥 제 5지구의 웡카와 제 19177지구의 웡카 쯤으로 봐야할 정도이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당장에 원작소설의 웡카는 자신의 부작용 넘치는 신제품을 멋대로 만지거나 먹은 아이들에 대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 보듯 시니컬하게 문제를 스킵해 버리지만, 영화에서의 웡카는 배우 티모시 살라메의 스위이이이이이이잇한 외모마냥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다정다감할 수 없거든요. 솔직히 초콜릿 보다 티모시 살라메의 미친 외모가 더 달달합니다.

     

    그의 외모만 봐도 영화는 재미집니다...ㅋㅋㅋ

     

    그렇기에 이 영화는 원작소설이 풍기던 일종의 사회비판과 현대시대 아이들에게 매섭게 교훈을 주는 일종의 메르헨과 다르게, 노선을 바꿔 동화(童話)’적인 뉘앙스를 취합니다. 원작은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20세기 버전 메르헨이나 다름없는 연출들을 보여 줍니다. 애초에 메르헨이라는 단어가 동화와 구별되어서 쓰여야 하는 것에 대해 많은 학자들과 연구가 증명하듯, 조금만 곱씹어 보면 잔인하고, 인과응보에 대한 묘사가 철저하고 적나라하며, 과한 호기심이나 욕심을 가지지 않도록 유도하는 성격이 똑 닮았거든요.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현 자본시대에 대한 비판을, 아이들에겐 늑대나 마녀, 백마탄 왕자 같은 소재가 아닌, 기상천외한 초콜릿과 껌, 사탕, 다람쥐, TV등으로 이것이 요즘시대 아이들이 과하게 중독되서는 안 된다는 훈계를 하는 메르헨과 더욱 가깝거든요.

     

    ??? : 말 안 듣는 어린이는 잭 선장님이 해적선에 태운단다!

     

    그런데 영화[웡카]에서는 자본주의의 이면 등을 묘사하지만, 그것을 시니컬하게 표현하다기 보단, [나홀로 집에]의 도둑들이 당하는 것 마냥 아이들의 웃음을 유발하도록 연출합니다. 환상적인 색상과 춤과 노래에 희망적인 스토리, 그리고 연애 아닌 연애 같은 연출 등, 여주와 남주의 투 샷은 원작소설의 그 비판 가득한 연출들과는 거리가 정말 멉니다.

     

    대체 초콜릿 안에 뭘 넣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보니까, 이 영화는 조금 게을러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동화니까 가능하겠지! 하고, 굉장히 작가편의적인 스토리텔링이 조금 있었어요. 예를 들어, 아무리 비극적인 부분을 연출하기 위해서라지만, 고생 끝에 개업한 초콜릿 가게에서 초콜릿을 먹고 손님들이 부작용이 생겨 아비규환이 될 때, 너무 뜬금없이 의도적인 방화를 저지르는 손님들 장면에선 실소가 나와버렸습니다. 세계관에 경찰조직이 작동하고 있고(물론, 그 경찰조직의 우두머리가 부패한 놈이긴 하지만...그러면서도 또 정의로운 경찰관도 있었죠), 20세기 초 런던이나 파리 배경의 문명으로 보이는 사회에서 절대 통용되지 않을 강력범죄를 일개 시민이 저지르는 것이 너무 편의적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거기에 종반부, 몰래 기업가들의 사무실에 잠입해 비밀 장부를 찾는 장면에서 장부가 안 나온다고 짜증나서 물건을 집어 던지니 물건이 닿은 벽이 하필 장부가 숨겨진 비밀장소라는 로또에 앞구르기 뒤구르기 해서 3번 연속 당첨될 것 같은 우연을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써버리는 장면에선 아무리 동화라고 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신데렐라의 잃어버린 유리구두를 찾은 왕자가 날이 밝고 구두의 주인을 찾으러 궁전 바깥으로 나왔는데, 너무나도 우연찮게, 그것도 너무 쉽게 신데렐라를 발견해서 둘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이야기를 끝맺어 버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죠.

     

    우주고전 원본 영화인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의 익숙한 노래와 움파룸파 설정이 나오죠

     

    아무리 동화라고 하지만, 조금 더 사건을 풀어나가는 개연성이나 빌드 업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예를 들어, 가계에 불이 나는 것도 시민으로 위장시킨 기업가들의 스파이가 혼동을 일으키고, 그것을 틈타 불을 지르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 더욱 납득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장부를 찾는 것도, 회계사 할아버지가 어렴풋이 남긴 힌트를 급박한 상황에 기억해 내서 역산을 해가며 찾아냈다면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에 몰입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분식(?) 회계 장부를 그렇게 찾는 것을 보고 떡튀순이 먹고 싶어졌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저 영화가 깊게 생각하지 마시오하고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는 저스트 아이들을 위한 영화로 제작되었으니, 뭐 초콜릿을 먹고 저렇게 환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0약을 연상한다던지, 10~15년전에 어머니가 생일선물로 직접 만들어 준 초콜릿이 녹지도 않고 이제 와서 쪼개 먹으면 저거 먹고 배탈은 안 날까, 방부제를 얼마나 들이 부은 걸까, 앞에 경찰이 식품 위생법으로 잡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는 순간, 당신은 [아기공룡 둘리]를 보면서도 고길동에 공감하는 어른입니다! 하고 속삭여주는 것 같은 연출들이 자잘합니다.

     

    제가 T는 아니라지면 이 초콜릿을 이제와서 먹는 장면은 F도 T로 개심시키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조금 얼어붙은 현대인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달콤한 내음 가득한 초콜릿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영화였지만, 좀 더 어른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했다는 영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 외적으로는 디즈니를 필두로 너무나도 개연성 없이 남발하는 PC요소에 대해 꽤나 모범적인 융화사례를 남기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은 높이 사는 편입니다. 기업가들의 필두인 흑인 기업가와 웡카와 깊은 인연을 가지게 되는 흑인 여주인공이 디즈니의 실사판[인어공주] 같은 백인 왕자에 흑인 왕비 같은 犬말도 안 되는 억지설정 붙이지 않고, 그저 심플하게 기업가가 돈을 위해서 몰래 내다버린 기구한 운명을 가진 아이 라는 점 등 그냥 딱 억지스럽지 않고 간결하니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흑인이건 백인이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동등하게 선역 악역 다 가지고 있는 점 등등, 제발 다른 영화들도 PC적인 요소를 넣고 싶다면 억지를 부리지 않는 이 선례를 잘 참고해 주었으면 합니다.

     

    악역이건 선역이건 억지스럽지 않게 딱 배치해 놓은 것부터 찬사를 돌릴 정도면 요즘의 디즈니에 얼마나 데였던건지...

     

    그런고로, 이 영화를 시청할 때, 식품위생법이나 소음공해, 상거래법 위반 등을 떠올리면 지는 겁니다. 그저 티모시 살라메를 보십시요.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기고 나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ㅎㅎ

     

     

     

    (다음 번 포스팅은 설날 기념으로 한 주기 띄고 포스팅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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