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범죄도시4] -빌런의 키워드
    [영화]/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2024. 6. 1. 23:43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과 전작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에 정말 국밥처럼 든든하고 푸짐한 영화 프랜차이즈가 등장했습니다. 벌써, 시리즈 삼연타 천만관객을 넘은 [범죄도시]시리즈입니다. 배우 마동석이라는 확실한 영화의 페르소나와 함께, 아주 단순하고 쾌활한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안겨주는 히어로 무비로도 극찬이 이어지는 영화입니다. ( 물론, 이 영화가 이렇게 커다란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스크린 독점 등의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포스팅은 작품 연출 자체에 대해서만 다루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APj6WVsT4&ab_channel=ABOentertainment

     

     

    이번 [범죄도시4]의 경우는 정말 한 편의 관()이 주역인 무협영화 같았습니다. 본래 무협이란 일종의 지방 호족, 또는 자경단이나 자립세력 등의 군소조직들의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이 보통 그려지지만, 딱 한국정서에 알맞는 구성으로 재편성한 느낌이 듭니다. 한국은 옛 조선시대부터 중앙집권체제를 다른 나라들과 달리 확실히 잡아, 지방 곳곳까지 공권력이 퍼져 있던 나라였죠. 당장 옆 나라 일본만 해도 무사계급의 봉건주의가 행해졌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조정이나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또는 해결해준다는 의식에 공감을 표하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인기 웹툰 [관존 이강진]에서 처럼 관쪽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도 유명하죠.

     

    주인공인 마석도 형사는 정파 무술이나 다름없는 복싱으로 이번에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신분이 경찰인 이상 함부로 무기를 쓸 수도 없고, 대한민국 정서상 미국처럼 총을 막 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정파 고수처럼 딱 극의를 갈고 닦은 무의(武義)’로 악인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상부에서 기피하는 사건이나 이첩 시키려는 사건을 끝까지 맡거나, 납치조직 일당에 희생된 아들을 따라간 어머니의 복수를 끝까지 이루고자 하는 모습은 정말 정통 무협의 스토리텔링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를 한자 키워드로 두 글자 추려내자면, 정말 강함 그 자체인 ()’와 의기로움으로 똘똘뭉친 마석도 형사와 동료들은 ()’에 어울립니다. 거기에 당연하지만, 정의의 이름 아래에서 행해지는 것이니, 복잡한 부분 없이 편하게 응원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1편의 싸닥권이 더욱 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두 개의 한자로 키워드를 놓고 보면, 각 시리즈의 빌런들도 개성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시리즈 빌런의 공통으로는 ()’이 들어있으니 일단 이 키워드는 생략하고 넘어가자면, 먼저 1편의 경우는 탐욕의 ()’과 공포의 ()’을 들고 싶습니다. 제일 먼저 나온 빌런 일당이지만,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장첸 패거리는 우선 공포로 흑사파와 지역 상권을 잡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청일을 할 때나, 부하의 여자를 가로채는 등, 그 탐욕이 끊임없습니다. 결국, 너무나도 강한 공포로 주변 상인들을 적으로 돌렸고, 그 탐욕으로 인해 함정에 빠져 결국엔 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욕과 공이라는 키워드를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아주 치밀하게 살려 시리즈의 첫 포문으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데이트 신청 장면

     

    2편의 강해상은 순수(純粋)’로 두 글자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강해상의 첫 등장씬에서 부터 시리즈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를 만든 이른바 까까먹는 장면서부터 그가 정상적인 어른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로지 순수하게, 본인이 그러고 싶으니까 하는 일종의 싸이코패스적인 면모가 강합니다. 물론, 그러한 본인의 행동 지속을 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위해서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일단 한국부터 오고 보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돈을 받든 안 받든 협상 따위는 하지 않고 죽인다는 점이 그의 악의 순수성을 대변합니다. 그런 그가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협상하는 상대가 마석도 형사였고, 마석도 형사의 누가 5라는 희대의 명대사가 어쩌면 마석도 형사의 순수한 정의를 보여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순수의 대결에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점과, [드래곤볼]의 마인 부우 순수 악 모드를 보는 것처럼, 정말 순수라는 키워드가 이렇게 카리스마 있게 표현될 수 있음은 참 대단했습니다.

     

    같이 까까 까먹자고 칼 빌려주는 장면

     

    현재 시리즈 상대적으로 인상이 적은 3편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했음이 드러나는 작품이었죠. 먼저, 더블빌런 체제를 도입했고, 일본인 배우까지 주조연으로 섭외해서 스케일이 엄청 커진 넘버입니다. 그에 걸맞게 마석도 형사도 광역수사대로 전직해서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졌고, 동료형사들도 체인지 했습니다. 그에 따라 빌런의 키워드도 바뀌었는데요, 먼저 내부의 배신자 빌런의 ()’, 이름부터 힘 력()자로 추정되는 일본의 살수 리키의 무지막지한 무력을 보여주는 ()’을 뽑아 봤습니다. 같은 문파라도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몰래 마교와 내통하고 있는 정파 고수 캐릭터가 무협지에 있듯, 3편도 그러한 묘사를 보여주고, 정의 없는 힘은 그저 폭력이기에, 정의로운 힘이 리키를 제압하는 면에서도 굉장히 좋은 시퀀스 흐름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칼 내려놓고 이중극점(*[바람의 검심] 실사판 사가라 사노스케 역할도 위 배우가 맡았습니다.) 썼으면 마석도가 졌다.

     

    그리고 이번 [범죄도시4]에서는 3편과 마찬가지로 더블 빌런(+α격인 권사장)체제를 유지하면서, 1편의 키워드를 빌려옵니다. 애초에 4편부터가 1편의 오마쥬적인 장면이 굉장히 많았고, 그 때의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도 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장대표가 ()’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와 자멸함과 동시에, 백사장과 같이 ()’의 키워드를 공유합니다. IT천재라는 설정을 가지고 지식을 활용해 부정한 돈을 버는 장대표와 특수부대 용병시절 익힌 기막힌 전술 등으로 경찰들을 농락하는 백사장도 역대 빌런들 중에서는 가장 똑똑한 빌런으로 랭크가 됩니다. 그나마 3편의 부패경찰인 주성철이 지적인 면을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치밀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부분이 앞서 끝까지 정체를 숨기지 못했다는 결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반면, 4편의 백사장은 동업자인 장대표의 트롤링으로 경찰에게 정보가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찰나의 순간이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 완전도주가 가능했던, 빌런 중에선 제일 성공에 가까웠던 무시무시한 빌런이었습니다.

     

    마석도 형사의 모에모에권으로 패배당하기 직전의 장면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캐스팅에서도 지적인 면모가 보입니다. 이름하여, ‘멀티버스 아닌 멀티버스 같은 착각을 주게 만드는 캐스팅이었죠. 먼저, 영화 [성난황소]의 마동석, 김민재, 박지환 배우의 조합과 드라마[카지노]에서 주역으로 나왔던 니코 안토니오 배우와 이동휘 배우를 통해, [카지노]의 후속편 같은 느낌도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Netfilx에서 익숙하게 봤던 권사장 역의 현봉식 배우와 드라마[살인자ㅇ난감]에서도 경찰팀장 역할로 나와 손석구 배우와 호흡을 맞췄던 이지훈 배우(물론, 3편에서도 등장했기에, 넷플릭스 캐스팅은 우연입니다만) , 비슷한 계통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벤져스가 모이 듯 배우들이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로 재구성되어서 모이니, 정말 영화 [시빌 워]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범죄도시]가 마블 픽쳐스의 작품들처럼 이어진 것은 아니고, 각 영화나 드라마 다 독립된 것이지만, 이렇게 모이고 보니, 무의식 적으로 각 작품들 간의 연결다리가 신기루처럼 이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봐도 [카지노]에서 한 탕 벌고 이쪽 세계로 진입한 정팔이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제 슬슬 히어로만큼 싸워줄 수 있는 ‘2인자에 대한 진중한 보충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장이수라는 1,2편의 최고공신을 다시 도입하고, 사이버 수사팀의 새로운 형사들을 들였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보조의 역할일 뿐, 마석도와 함께 다니는 현장출동 후배 형사들은 메인 빌런들과의 접전에서 다들 큰 수확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쩌리 캐릭터들로 남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원피스]로 비유하자면, 밀짚모자 해적단에 루피 한 명이랑 나미 세 명, 우솝 네 명, 브룩 한 명이 같이 돌아다니는 느낌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이 되려, 각자 무투에 대한 특기가 다채로워, 마지막 클라이막스 전투씬이 폭발하는 반면, [범죄도시]에서는 마동석 배우 외에는 빌런 띄워주기 밖에 되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복싱만을 구사하는 마동석 배우를 보조해서 그래플링 전문 형사나 삼단봉으로 검도 액션을 보여주는 형사를 넣어, 되려 무()의 강함을 두고 마석도 형사와 티격태격하는 신 캐릭터가 등장하면, 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맛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루피와 우솝들...최소 상디급 전력 한 명만이라도...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며, 새로운 시리즈에 나올 빌런의 키워드도 여러가지로 상상해 봅니다. 이번엔 카리스마 빌런이 나와 ()’으로 세력을 다루어 진실의 방이 통하지 않는 다든지, 아니면 법 위에 놀아서 심증은 가득한데 물증은 남기지 않아 수사를 난항으로 만드는 농’()’락형 빌런이 나올지 예상해 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