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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1.0 -이 고질라는 왜 쇼와로 갔을까-[영화]/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2023. 11. 20. 23:38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이번 포스팅을 들어감에 앞서, 저 개인의 정치적 관념과 주장이 이러하다라는 것이 아닌, 오로지 2023년 개봉작 [고질라-1.0]에서 표현된 사상과 메시지에 대한 해석임을 밝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UO2NVoVUs&ab_channel=IMAX
고질라라는 이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는 무려 1954년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시작서부터, 미국의 ‘비키니 섬 핵실험’의 방사능 때문에 변이를 일으키고 탄생하게 된 괴수를 다룬 이 영화는, 일본 영화계뿐만 아니라 특수촬영분야 등 여러 영상예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스토리텔링 부분에서도요. 2023년이 되기까지 일본의 여러 감독들은 물론, 할리우드까지 고질라를 리메이크하거나 고질라를 이용한 시리즈물을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전기세 도둑 그렇게 고질라는 보통 인류와 괴수의 힘겨루기 싸움에 종극에는 인류가 승리하는 그러한 시퀀스가 자리잡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류측이 고질라를 향해 공격하는 무기들의 발전 모습도 그려지게 됩니다. 특히나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만들다가 성덕이 되고 싶었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신 고질라]를 통해서 그 어마어마한 밀리터리 고증을 보여준 것도 볼 거리라면 볼 거리입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도 제공하고 있는 극장 애니메이션 판 고질라에서는 대놓고 인류의 미래기술로 고질라와 싸우거나, 외계의 힘을 빌린 메카고질라도 등장하기 까지 합니다.
남자들의 로망은 공룡과 로봇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둘을 합치면? 그런데 그랬던 고질라가 대뜸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로 회귀를 합니다. 현대시대에서 과거로 간 것도, 전쟁으로 0이 된 땅에 고질라가 짓밟으러 와서 -1.0 이 되었다는 의미 등으로 이번 작이 [고질라-1.0]이라는 숫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프롤로그부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에서 남주인공 ‘타치바나 타키’역으로 유명한 카미키 류노스케 배우가 맡은 작중 주인공이 카미카제 특화형으로 개조된 걸로 추정되는 제로센 전투기를 타고 섬에 착륙합니다. 그는 특공(카미카제)으로 선발된 파일럿이었고, 도저히 죽으러 갈 용기가 나지 않아 고장을 핑계로 항공정비 부대가 있는 외딴섬에 착륙한 겁니다.
??? : 자고 일어났는데 뭔가 다 사라져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그 섬에서 고질라가 작중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전쟁당시 일본 제국군의 상징 중 하나였던 그 ‘제로센’을 고질라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부숴버립니다. 시작서부터 고질라가 전쟁의 심볼 중 하나를 대놓고 파괴하면서,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약간 한국에서 찍었다면 배우 '라미란' 씨가 딱 이 역할에 제격이었을 것 같았던 캐릭터 그렇게 정비소장과 남주 둘만 살아남아, 전쟁이 끝나고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도쿄로 돌아오게 됩니다. 남주는 돌아오자마자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죽지도 않고 살아오는 게 말이 돼? 너희가 이기지 못해서...네가 살아서 이렇게 다 쑥대밭이 된거야!”
라는 식의 참 사람 마음에 못 박는 대사를 칩니다. 그러면서 남주는 나지막히 읊조립니다.
‘나한테...살아서 돌아오라고...했으면서...’
이렇게 전쟁의 모순과, 남는 것은 그저 폐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을 선사합니다. 폐허 위에는 당장의 아픔을 어떻게 해결할 수 없어 화낼 대상이 아닌데도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모순만이 남는 다는 것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아주머니는 시작은 이렇게 등장하였으나, 누구보다도 가장 주인공을 응원하고,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먹을 것도 나눠주면서 사는 것에 대한 응원으로 바뀌는 인물이 되긴 합니다만, 이 또한 당시 전쟁의 한 가운데 있던 국가의 움직임에 휩쓸릴 수 밖에 없었던 소시민들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동경로에 방사능 뿌리고 다니는 악질적인... 그리고 다시 고질라가 도쿄 연안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더욱 커지고, 무서운 힘을 보유한 채로. 고질라는 전쟁 때 활약을 한 구축함도 신나게 부숴먹고, 함포를 시원하게 얻어 맞아도 바로 재생하고,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폐허를 덮고 다시 일어난 긴자 시내를 유유자적하게 파괴하면서, 열차를 뜯어먹고, 전차들을 한 번에 날려버립니다.
덧붙여서 '고질라 빔'의 폭발 연출도 꼭 오펜하이머의 '그것'과 비슷하게 연출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이번 [고질라-1.0]의 고질라는 ‘인재(人災)’를 시각화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감독의 의도가 보였습니다. 어떠한 인재냐면,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참상’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 겁니다. 본래 고질라가 가지고 있는 ‘클리셰’ 중 하나인, 인간의 기존 화력 병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전쟁 병기에 공격을 받으면 받을 수록 더욱 강해지는 모습,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난 인간이 터전을 바로 쑥대밭으로 만드는 그 모습에서, 인간의 전쟁의지가 이 고질라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듯한 묘사가 보였습니다. 또한, 그 전쟁의지는 의도 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언제든지 인간들의 삶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요.
응고제 Yami먹방하고 얼어버린 신・고질라(2016)의 고질라 그래서인지, 최초의 고질라(1954) 때는 옥시전 디스트로이어 등의 신무기 등을 이용해서 고질라를 침묵시키거나, 신 고질라(2016)에서는 응고제를 써서 동결시키는 등, 어떻게든 인간이 무언가 창조시켜서 고질라를 제압하는 것을 주 안건으로 내세우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고질라를 바다에 수장시키는 ‘자연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점에서 역대 고질라들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물론, ‘체홉의 총(작품의 1막에서 총을 보여줬다면, 극이 끝나기 전까지 그 총을 쏴야 한다는 연출기법)’ 원리에 의해 전쟁 마지막에 나오고, 한 번도 전쟁에 투입된 적 없는 전투기 ‘신덴’으로 그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긴 하지만, 이번에 고질라를 잠재우는 사람들은 무려 ‘스스로 일어난 민간인’들이었습니다.
작중 제일 기억에 남게되는 그...ㅠㅠ 작중, 고질라 수장계획을 세운 학자가, 작전개시 직전에 대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잠수함과 비행기에 탈출장치를 없애 버리고, 나가서 죽어버리라고 하는 것이 나라냐?(중략) 우리는 그러한 것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들 스스로의 힘으로 고질라를 막아야 한다!”
실은 이 학자라는 캐릭터가 감독이 이번 작 ‘페르소나’이지 않나 싶습니다. 고질라를 인간이 만들어낸 전쟁의지라는 인재라고 비유를 한다면, 언제나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국가 및 일부의 사람들 뿐이며, 그 여파에 휩쓸리고 당하기만 했던 일반 시민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 그 전쟁의지에 대항한다면, 반드시 ‘인재’를 막을 수 있다, 라는 점을 설파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고질라가 단순히 자연재해를 시각화 한 것이었다면, 인간의 무력함과 반성, 생존이 주된 포커스로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겁니다.
전쟁에서 떨치던 영광은 그저 고철과 폐허만이 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전쟁에서의 ‘최고의 명예’로 치부되던 것, 특공이나 당시의 전쟁병기를 철저히 무시하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당시에 쓰였던 ‘그 국기’는 일절 나오지 않으며, 전함의 함포를 때고, 군과 나라의 지시가 아닌 소시민들 스스로의 의지로 인재를 막으러 가는 이 영화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고질라라는 작품에 대한 존중과 일명 괴수’뽕’은 그대로 포함시킨 점도 대단합니다. 시종일관 오리지널 OST만 흐르다가, 바다 위에서 모든 세팅이 끝난 다음 비장하게 나온 ‘작전개시’라는 대사 뒤에 최고의 사운드로 흐르는 고질라의 시그니쳐 브금! 거기에 빔을 쏘는 고질라의 파괴력과, 그 분노에 가득찬 고질라의 ‘움직임’ 등은 영화를 단순히 감독의 메시지 전달창구로만 쓰지 않았다는 부분도 철저히 어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고질라의 부활을 암시하는 장면까지 클리셰를 놓치지 않는 점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장면도 결국 사람들의 전쟁의지가 사라지지 않으면, 고질라는 언제든지 다시 돌아온다는 뜻을 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Y7X-JNyw8&ab_channel=NaokiSato-Topic
진짜 이 브금 나올 때 까지의 빌드 업과 장면연출이 뽕량 상한치를 넘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통틀어 보니, 이래서 고질라는 전쟁직후의 쇼와시대로 날라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과 제작진은 철저히 전쟁을 부정하고, 사람들 모두의 의지가 뭉치지 않으면 이 아픔은 영원히 반복될 거지만, 그럼에도 모두의 의지가 모였을 때 이 굴레를 끊어낼 수 있다는 점을 전쟁을 일으키고, 모순과 폐허만이 남은 1945년대로 고질라를 보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보면 알게 되는 작중 최대 빌런(?)...일단 '네크로멘서' 계통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ㅋ 메시지 외적으로도 사운드와 드라마, CG, 그리고 타키군(?)의 연기 또한 대단히 잘 뽑혔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봉을 해도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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