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AW_xmAahsc
한창 코로나 시기에 여러 플랫폼에서 대유행을 했던 ‘할로윈 호박댄스’, 또는 ‘~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댄스’를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기동전사 건담:섬광의 하사웨이] 첫 번째 극장판의 주제곡인 ‘Alexandors’의 ‘섬광’이란 곡에 옛날에 나온 코믹한 잭 오 랜턴 가면(*할로윈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특유의 얼굴을 한 호박)을 쓴 엔터테이너의 춤에 덧입힌 영상이었죠. 작중, 지구연방군의 전복을 꾸미는 일종의 테러단체인 ‘마프티’를 자칭한 가짜 집단의 리더격 인물이 하필 잭 오 랜턴 가면을 쓰고 나왔고, 우연치 않게 댄스영상과 작품의 주제곡과 맞물려, 작품은 보지 못했어도 해당 밈(meme)은 아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https://youtu.be/2x33fVB3iNs?si=kI13o5dOf7RNIiIj
그랬던 1편으로부터 몇 년이 지나 드디어 2편이 나왔습니다. 친절하게도 1편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주는 도입부부터 시작해, 모빌슈트 등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하는 한 집단을 보여주면서 [기동전사 건담:섬광의 하사웨이2-키르케의 마녀](이하, [하사웨이2]라고 통칭)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편에서 보여주었던, 모빌슈트, 또는 건담에 탑승하지 않은 상태로, 지면 위의 인간의 시점으로 모빌슈트 간의 전투를 묘사하는 기법 그대로 종군기자의 영상처럼 장면은 묘사를 합니다. 참 역설적이게도, 본 작품의 바로 전 단계 스토리에선 부활한 샤아가 지온의 잔당들을 모아 또 다시 일으킨 전쟁을 연방의 영웅 아무로 레이와 하사웨이의 친아버지 브라이트 노아 등이 필사의 힘으로 막고, 아무로는 지구에 낙하하는 콜로니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고 실종. 겨우 지구의 멸망을 막아내고 평화를 되찾았지만, 정작 그들이 지키려고 했던 지구의 시민들 ‘어스노이드’를 속칭 가진자들이 좀 더 안락한 지구를 독차지하기 위해 강제로 우주로 보내 버리려 하고, 이에 불응하는 자들을 학살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지구를 파괴하려 했던 샤아 아즈나블의 네오 지온과 싸우던 지구연방군이 되려 어스노이드 추방계획에 뒷짐을 지고,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기관 ‘맨 헌터’의 수장들과 담합관계인 것이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주인공인 하사웨이 노아는 뜻을 공유하는 팀원들과 같이 ‘마프티’라는 단체에 들어가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아무로와 함께 전우로서 싸웠던 실력을 발휘하여, 마프티의 리더나 다름없는 인물로 급성장을 하고, 위에서 언급한 가짜 호박 마프티에 의해 연방군의 고위인사이자 대 마프티 토벌부대인 키르케 부대의 수장 ‘케네스 대령’과 예언자나 다름없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미녀 ‘기기 안달루시아’와 인연을 쌓게 됩니다. 그러면서 하사웨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마프티의 가치관인 ‘모든 인류를 우주에 살게 한다’라는 것의 모순점을 두 사람을 통해 간파 당하며 슬슬 흔들리기 시작하고, 특히 기기를 자신의 첫 사랑이자 죽음으로 이별해야 했던 ‘퀘스’에 오버랩 시켜 점점 애정으로 진화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1부를 넘어 2부에선 마프티의 멤버들과 또 다른 갈등을 겪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또 다른 연인인 ‘케리아’와 헤어지게 되어 억지로 자신의 사상을 밀어 부치며 과거와 싸우게 되는 것이 본 작의 메인 플로우 입니다. 그리고 나서, 엔딩에 이르러 ‘지구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솔직히 1도 공감 안 가는 발언을 하는 하사웨이의 상상속 아무로의 철학을 물리치고, 연방군을 상대로 승리를 이뤄낸 하사웨이의 앞에 기기가 나타나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뜨거운 입맞춤과 함께 ‘건즈 앤 로지스’의 불후의 명곡 “Sweet Child O' Mine”이 기똥차게 울려퍼지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옵니다. 울려퍼지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함께 위 곡의 가사를 곱씹어 보면 하사웨이의 인생을 압축하고, 그의 새로운 사랑의 선택이 무엇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에, 딱 이 가사를 토대로 하사웨이 개인의 스토리를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딱 와닿습니다.

이렇듯, 여러 거창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보다 한 때의 뜨거운 사랑이 모든 것을 잠시나마 덮어줄 수 있다는 미려한 연출로 막을 내려, 진짜 막판 뒤집기가 제대로 들어간 작품이라고 봤습니다. 재밌는 건, 극장에서 나올 때, 다른 관객이 “이거 그냥 파파카츠에 싫증난 여자애가 인플루언서급 인지도를 가진 동년배 존잘남 만나서 도망갔다는 이야기 아님?”이란 평을 듣고, 설득력이 너무 높아서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ㅎㅎ

이런 재미난 스토리 이외에도 1989년도에 쓰여진 원작이 하필 이 포스팅을 쓰는 2026년의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한 점들이 많아, 많은 것이 와닿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연출을 [극장판 체인소맨-레제편]을 보는 듯이, 실사 영화 같은 캐릭터 행동의 사소한 디테일을 꾸준히 챙기거나, 카메라 구도, 일상적인 장면에서 많은 프레임을 할당하는 듯, 애니메이션이지만 논픽션의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가 많이 깔려 있는 듯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미래나 픽션을 그리는 것이 아닌, 현재가 투영된 미래를 보여주는 느낌이 선사 되는 효과가 있었죠. 1편에서는 지구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지만, 불체자라는 딱지와 함께 맨 헌터들에게 학살 당하면서도 살아남는 자들의 모습을 주로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거의 비춰지지 않고, 소위 ‘특권층’의 즐길 것 다 즐기며 사는 모습과 그들 밑에서 흡사 하인, 집사, 제국시절의 노예처럼 일하는 ‘아랫사람’들의 디테일을 같이 넣어 줍니다. 작중 시점에서 오랜 지온과의 전쟁으로 황폐화 된 지구에서 그나마 남은 알짜배기 땅과 자원을 독차지하려는 특권층과 그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계급의 묘사는 확실히 마프티의 사상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합니다.

작품은 이에 더해, 전투 씬의 묘사도 1편과 좀 더 차별점을 둡니다. 1편에서는 건담 밖의 사람들의 시점을 주로 보여주었다면, 이번엔 사람들의 재래식 무기의 전투와 건담 시리즈에서 익히 보여주는 ‘건담 내부에서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익히 알던 SF식 판타지 스러운 전투라기 보단, 흡사 [탑 건]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세세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전 시리즈들은 유도 미사일을 곡예 비행을 통해 ‘이타노 서커스’ 연출을 주로 보여주었지만, 이번에는 플레어나 채프를 뿌려 상대의 미사일을 현혹시키거나 도중에 터뜨려 버리는 실제 현대 전투기 싸움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미사일 경고 TAS 사운드’를 시종일관 들려주면서, 진짜로 관객들이 [탑 건]의 매버릭 체험을 시켜주듯 기체에 탑승한 것과 같은 몰입도를 보여줬고, 미사일이나 대전차 재블린 발사시의 사운드들은 하나같이 공들인 디테일이 들렸습니다. 이처럼 작품은 [걸즈 앤 판처]시리즈처럼 사운드에 대한 심혈을 기울여, 전쟁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고, 그간 여러 건담 시리즈 등에서 보여주던 판타지스러운 전투가 아닌, 진짜 우리가 뉴스에서 볼법한 식의 연출로 전투 장면을 그려냅니다. 이렇듯, 작품은 시리즈별로 관객들의 몰입 위치를 이동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1편에서는 작중 배경의 소개를 위해 전쟁의 밖에 있다가 휘말리는 식으로, 2편에서는 1편의 명분을 이어가 이제 전쟁터 한복판에서 직접 전투기에 올라타고 싸우게 하는 식으로 관객의 시점을 이동시키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마프티는 곧장 그들을 사칭하던 가짜 마프티 집단과 동맹 후, 호주의 공항을 습격하여, 연방군 뿐만 아니라, 목표로 한 군인보다도 더 많은 민간인을 휘말려 죽게 하는 장면 또한 보여줍니다. 하사웨이도 상상 속 아무로에게 “그렇다면 지금 지구의 특권층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집, 땅 등을 다른 어스노이드들에게 분배해 줄 수 있나?!”하고 소리칩니다만, 거의 소련 공산당 시절 마인드로 네오지온 항쟁에서 자기 아버지처럼 목숨 걸고 지킨 영웅들도 있을 지언데 세부적인 협의 없이 모두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됨! 식으로 모 아니면 도의 패턴으로 인류를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네오지온 시절에 ‘지구를 아예 죽음의 별로 만들겠다’는 아주 미친 사상을 가진 수뇌부를 막겠다는 명분이 걸린 “나쁜데 그래도 많이 덜 나쁜 놈VS여자친구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상하고 나쁜 놈”의 싸움이었지만, [하사웨이2]의 시점에서는 그냥 ‘순수하게 나쁜 놈VS극단적으로 나쁜 놈”의 구도가 성립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언론은 마프티의 행동을 비난하고, 마프티는 대중의 지지를 얻어갑니다. 이에 대해 둘 다 이상한 사상을 가진 집단끼리 싸우느라 새우등만 잔뜩 터지는데 어떻게 마프티가 지지를 받을까? 라는 의문에 한 네티즌이 기가막힌 해석법을 내놓습니다.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현실의 부동산값 미쳐 돌아가는 도시에 빗대어서 풀어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모든 한국인이 살 수 없어.”, “뉴욕에 몰래 숨어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강제 압송하겠다” 같은 식으로 비유를 하면…무언가 호박가면을 쓰고 춤을 춰야 하지 않나…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그저 엔딩의 “Sweet Child O' Mine”하나로 그냥 머리가 개운해지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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