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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오버로드] -게임시스템으로 보는 우리네 인생-[게임]/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2024. 3. 28. 01:35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RPG게임인지, RTS게임인지, 아니면 코딩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플레이 했다고 하면 다음날 출근을 조진다는 세가X아틀라스X바닐라웨어의 신작 [유니콘 오버로드]가 요즘 핫 합니다. 바닐라웨어 특유의 화풍(회사 대표가 일러스트도 겸하고 있어 이름하여 사장님 그림체로도 유명하죠)에 등장캐릭터만 어림잡아 세 자릿수를 기록하며, 일본의 내로라하는 성우들의 각축전까지 벌어지는 눈과 귀가 호강하는 게임입니다.
정말 '네가 어떤 취향일지 몰라서 일단 다 넣어 봤어' 같은 전성기 시절 SM엔터식 전략의 캐릭터 컨셉...ㄷㄷ 다만, 회사의 바로 전작인 [13기병방위권]이랑 방식도, 장르도, 스토리텔링 기법도 굉장히 달라서 [13기병방위권]을 생각하고 [유니콘 오버로드]를 보면 적응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13기병방위권]은 정말 애니메이션의 지휘관이나 참모장이 된 것 처럼 전략판에서 실시간으로 유닛을 움직이며, 유닛들의 전투씬은 생략되어서 보여주는데, 이번 [유니콘 오버로드]는 [파이어 엠블렘], [삼국지 영걸전]같이 전투시작시 따로 전투화면을 보여주는 기본 골조 시스템에 [13기병방위권]처럼 각 캐릭터 특성에 맞는 전략맵 이동, 그리고 [파랜드 오딧세이]나 여타 동료선택제 같은 RPG게임들처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유기적으로 파티의 조합을 짜야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전작에서는 스토리텔링 속 통수의 통수의 통수를 잡는 것에 코스트를 할애했다면, 이번 작에서는 무려 이 파티조합과 각 캐릭터별 스킬을 쓰는 순서, 심지어 아이템의 선택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우의 수로 싸우는 시스템 구축에 온갖 코스트를 쏟아 부은 느낌입니다.
오히려 전투장면 보다 이 화면에서 플레이타임 다 잡아 먹음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개성 넘치고, 상대적으로 분량이 공기나 다름없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정확히는 그 캐릭터들의 ‘클래스’ 개념이 레벨 차이가 아주 막 15~20정도가 나지 않는 한, 가위바위보를 하는 느낌으로 진행된 점도 재밌었습니다. 옛날 RPG 게임들도 클래스간 상성이 꽤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계속 여러번 치거나 노가다를 뛰면 해결 가능한 부분이었다면, [유니콘 오버로드]에서는 공중부대는 아무리 해도 궁수를 사냥하기 힘들고, 그 궁수는 또 파이터가 공격을 무효화 시켜주는 상성이 오밀조밀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낼 수 있는 종류가 트럼프 카드 급으로 많아진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만민평등하게 HP를 1만 남기는고 시작하는 딸깍충 빌런 아재(이명 : 저혈압 치료사) 이 점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을 느꼈는데, 말 그대로 ‘만능은 없다’ 그리고 ‘혼자서는 아무리 강해도 집단을 이길 수 없다’ 라는 겁니다. 게임 초중반부에 투기장 시스템에서 1위를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레벨 40짜리 똥파워 누님 캐릭터가 있습니다. 투기장을 진행할 즈음의 평균 레벨이 약 15~20정도인데(프리배틀 노가다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이 누님 캐릭터를 필사의 전략으로 저렙시절에 획득했다면, 앞으로 깨야 할 챕터가 두 세 개 남았어도 그 어떤 두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 캐릭터들은 3~5명씩 분대단위로 움직이는데, 거기에 이 누님 캐릭터 하나만 두고 싸우면 아무리 레벨차이가 10조금 넘게 난다고 해도 바로 패배마크가 뜹니다. 이 캐릭터가 잘 활약할 수 있도록 궁수, 어택커, 힐러, 버프, 디버프 캐릭터들을 상황에 맞게 같이 싸우게 해 주어야 전장의 화신이 되거나 (잘못 배치하면)쓰레기가 되거나 합니다. 아무리 강한 개인이다 하더라도 세상이란 전쟁터에서 혼자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누...눈나...도 아니고...누님...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두 번째로는 필수적으로 얻는 캐릭터, 서브 미션을 깨면 조건 없이 들어오는 캐릭터, 그리고 주인공의 선택으로 동료가 될지, 헤어질지 갈림길이 나뉘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즉, 메인 퀘스트만 진행을 한다면, 얻지 못하는 캐릭터의 수가 꽤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맵 곳곳에 수수께끼 같은 장소들이 은근히 많이 배치 되어있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동료 캐릭터들이 그 수수께끼가 무엇인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해금시켜 줍니다. 그러니 메인퀘스트만 우직하게 밀고 있다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미스터리한 장소들은 해결하지 못 한 채 클리어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광산 노가다로 부자되는 게 더 빠르고 쉽긴 한...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의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게임 밖 현실에서 학교나 직장, 동호회 등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정보로, 또 내가 모르던 것을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배우게 되는 점들입니다. 본인이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오로지 내 갈 길만 간다면, 내가 알고 싶었지만 모르는 부분은 끝까지 모르게 되거나, 잘못된 정보로 알게 되어버리는 것의 시사점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어느 대형 유튜버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때마다 초청해 방송하면서, 전문가들은 유튜버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알게 되고, 유튜버와 시청자들은 때에 따라 와인에 대한 지식,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 처럼요.
점점 방대해져 가는 치무챠쿠만의 지식량 다만, 이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친밀도' 시스템 입니다. 작중 각 캐릭터들끼리 친밀도가 올라가면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거나(일부 개그씬을 포함하여) 관계가 깊어지는 이벤트를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이벤트를 보기 위해 친밀도를 올리려면 특정 캐릭터가 아닌 이상 '같은 분대에서 같이 싸우거나' 아니면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수비병으로 주둔 중에 선물을 주거나'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같이 목숨을 건 수 많은 전투에서 동고동락을 할 때 보다, 선물 공세를 하는 것 보다 같이 맛집 투어를 다니는 것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고, 급속도로 친밀도가 올라갑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핍진성이 은근히 무너지는 부분처럼 보이고, 화살비가 내리거나 내 등을 지켜주며 긴박한 상황에 목숨을 살려줄 때 보다, 단순히 산양 아줌마가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수상한 우유로 만든 딸기 푸딩 좀 몇 번 같이 먹어주면 서로 사랑고백 직전까지 가는 모습에 뇌가 잠시 정지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씨 어떻게 사람이 밥 좀 같이 먹었다고 그렇게 친해지냐(X) 저 음식에 뭔가 수상한 걸 넣었겠구나(0) 끝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주인공 ‘어레인’과 ‘조셉’의 시스템적 관계입니다. 이미, 스토리적 관계에서부터 선대 여왕을 섬겼던 충직한 신하 조셉이 왕국 멸망 직전에 목숨을 걸고 어린 왕자 어레인을 탈출시켜, 어레인 스스로 아버지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의 관계가 됩니다. 즉, 군신의 관계이면서 부자(父子)의 관계가 되기도 하는 조합이죠. 여기서 저는 어레인의 대사인 ‘아버지와도 같다’라는 부분에 주목해 봤습니다. 먼저, 게임 시작시, 어레인은 레벨1, 조셉은 무려 레벨20이라는 흉악한 스펙으로 시작을 합니다. 아까 위에서 ‘혼자서는 해쳐나가지 못하는 게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딱 이 극초반부 한정해서는 이 조셉 할아버지가 어디 무협소설에 나오는 은둔고수 마냥 쪼렙 적들을 종횡무진 썰고 다닐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 게, 초반에는 적들도 분대라고 해봤자 꼴랑2~3명에 조합도 다양하지 않고, 공격횟수도 적기 때문에 복잡함 대신 단순한 파워게임이 가능한 부분이고, 투기장의 누님 캐릭터가 나오는 시점에서는 다양한 병종의 출현과 분대의 구성원도 증가를 하기 때문이죠.
분명...분명 인지강이었는데... 그래서 작중 캐릭터의 성장 방향성을 바꿔주는 ‘이데아의 거울’이라는 아이템을 쓰지 않고, 노가다를 배제한 정석적인 플레이를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조셉은 이른바 아레인과 소꿉친구들을 지켜주는 일종의 어미새 역할을 해줍니다. 이러한 어미새 시스템은 당연히 [유니콘 오버로드]가 처음은 아니고, [파이어 엠블럼]의 일부 시리즈, [브레이블리 디폴트2], [드래곤 퀘스트]의 일부 시리즈, [창세기전]일부 시리즈 등에서 이러한 예시를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 일정 스토리가 진행이 되면 게임이 루즈 해지거나 주인공 캐릭터를 성장, 또는 스토리텔링 적으로 드라마성을 부여하기 위해 리타이어 시키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게임상에서 사라지는 패턴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조셉은 그저 끝까지 갑니다. 다만, 게임 시스템상 쓰러뜨린 적과의 레벨 차이가 약 3이상 나면, 아무리 쓰러뜨려도 경험치가 코딱지만큼만 올라서, 스토리는 진행 안 하고, 프리배틀 노가다만 돌리겠다! 가 아닌 이상, 중반부까지 이 조셉 할아버지가 전투로 레벨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기가 무척 힘듭니다.
이런 류의 캐릭터 중 대표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파파스 그런데 이 조셉 할아버지가 점점 주인공이 성장함에 따라, 이상하게도 그렇게 강해보이던 캐릭터가 점점 약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정확히 이야기해서, 적들이 더욱 강하고, 주인공의 성장이 눈부시게 일어나는 부분도 있지만, 이전처럼 적들이 픽픽 쓰러지는 것이 아닌, 되려 조셉 할아버지가 픽픽 쓰러집니다. 그 강인했던 할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이젠 주인공이 ‘노블 가드’라는 스킬 등으로 이 할아버지를 지켜주지 않는 한, 힘에 부치는 싸움이 더더욱 심화됩니다. 어느새, 조셉 할아버지에게서 쓸만한 스킬인 회복 스킬 ‘힐’과 ‘디버프 방어’, ‘방어 버프’ 등의 스킬만으로도 감지덕지하게 되죠.
이랬던 아저씨가 백발 할아버지가 되어 힘도 딸리게 되는 느낌... 여기서 현실의 자식과 부모관계가 돋보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정말로 부모님이 강해서 어떤 어려운 일도 아빠 엄마는 초인처럼 다 해내는 것 같습니다. 어린 나를 힘겹게 하는 것도 부모님이 앞장서서 막아주고, 도와주고, 해결하면서 내가 최대한 상처 입지 않고 성장 할 수 있도록 그 후열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성장했습니다. 어느 덧 부모님이 ‘나’를 낳으셨던 나이가 되거나, 내가 부모가 될 때가 오거나 합니다. 그럴 때 돌아보면, 그 어렸을 적, 강인하고 젊은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기력이 떨어지고, 내가 오히려 지켜드려야 할 모습을 한 노인이 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식이 사회에서 상처 입거나 무기력함(디버프)을 겪고 돌아오면, 조셉 할아버지가 바로 힐과 버프 스킬을 걸어주듯, 우리네 부모님은 상처입은 자식을 치유하고, 격려하며, 다시 싸워 해쳐 나갈 수 있는 스킬을 걸어 주십니다. 이러한 부분이, 일부러 조셉이라는 캐릭터를 도중에 퇴장시키지 않고, 끝까지 엔딩까지 플레이 할 수 있게 하며, 장성한 자식의 성공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을 체감하 듯, 게임의 진엔딩에서 주인공 어레인과 함께 서있는 모습에 정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듭니다 물론, 오늘의 이 포스팅도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이며, 감상이지, 개발진의 공식적인 발언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포함해 꽤나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선사하는 이번 신작 [유니콘 오버로드]가 왜 입소문을 타게 되는지는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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