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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롤리 딜레마 : 트라이 건(구 TV판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작품속 철학, 이렇게 이야기 해 보았다 2023. 9. 18. 01:07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일단 저 사람들이 묶여있을 때 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에 속터짐

     

     

    [Y 자로 나뉘어진 선로에 테러범에 의한 여러명의 인질이 양측에 묶여있습니다. 한 쪽은 사람 한 명이 묶여있고, 또 다른 한 쪽은 다섯명 가량이 묶여있다고 가정할 때, 당신만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의 선로를 틀 수 있는 기회를 쥐고 있습니다. 그 때 당신은 어느 쪽으로 열차를 틀겠습니까?]

     

    이렇게 변형기출이 더 유명해져서 또 다른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딜레마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제일 겁니다. 트롤리 딜레마라고 해서 필리파 풋 이라는 영국의 철학자가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거에 관해서 어떤 아기는 묶여 있는 한 사람마저 다섯명이 있는 곳으로 옮겨 열차를 진행시키거나(…) 각종 슈퍼파워로 상황을 해결하거나 등 여러가지 패턴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패턴은, 소수가 묶여 있는 쪽이 알고 보니 주인공의 소중한 인연이고, 다수 측은 모르는 일반인이라는 변형이 작품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매트릭스2 : 리로리드]가 있고, 히스 레져의 조커로도 유명한 [다크 나이트]도 있죠.

     

    이 장면에서도 트롤리 딜레마가 제대로 쓰였죠

     

     당연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도 트롤리 딜레마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 만으로도 포스팅을 다 차지할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각 작품들마다 저마다의 선택이나 변주법을 선택하고, 그것이 클리셰마저 되는 실상입니다.

     

    대략 이런 상황을 만든다던지...

     

     그 중에서 눈여겨 본 작품이 [트라이건]입니다. 최근에 리메이크도 되어서 나왔지만, 그 옛날의 본편이 아주 진국이었죠. 서부극처럼 보이지만 까마득한 미래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서부극과 비슷한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원시원함이 일품인 작품. 작중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격실력을 가진 주인공 바슈 더 스턴피드는 어마무시한 실력과 더불어 세계관 탑 클래스의 현상금까지 지녔는데, 정작 작중 내내 그 누구 하나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절대절대 절.대 안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진짜 답답할 정도로 안 나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의 미친 실력으로 빌런을 참교육 시켜주긴 합니다.

     

    간 지 폭 풍

     

     

     그런 주인공이 불살을 추구하는 과거사가 있었습니다. 이민선단 내에서의 분란으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인연을 잃은 슬픔과, 그 인연과 했던 약속. 그리고 새로운 행성에서 자신도 모르고 있던 힘이 폭주하여 죄 없는 사람들까지 휘말려 대학살극의 장본인이 되었던 끔찍한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본인만의 철학, 신조, 다짐, 맹세 등을 세운 것이 바슈 더 스턴피드의 불살입니다.

     

    이런 마음씨 이쁜 눈나 밑에서 잘 컸을 터인데...

     

     그랬던 그가 최종보스가 보낸 빌런 간부들에 의해 결국 트롤리 딜레마에 제대로 빠지고 맙니다. 이 작품이 재밌는 것은 작중 빌런은 바슈 더 스턴피드를 제거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의 불살맹세를 깨뜨려 버리려고 한다는 점에 있던 의의였죠.

     

    요런 잼?민 빌런도 선택을 강요한다

     

     빌런 간부들은 바슈 더 스턴피드가 가는 마을이나 포인트 마다 사람들을 인질 삼거나 실제 피해를 입혀가며, 그의 맹세를 깨뜨리게 유도합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주인공은 불살을 추구하고, 동료가 선택을 대신 하거나, 우연적인 요소로 겨우 도망치면서 시청자들이 구상할 만한 파훼법을 소개해 줍니다. 그리고 나서, 빌런들은 그 앞에서 자폭이나 그가 구할 수 없게 유도를 해서 점점 주인공의 심리를 일그러뜨리는 빌드 업을 쌓습니다. 그러다 빌런 간부 대장이 주인공의 일행을 통째로 살해협박을 하며, 더 이상 제 3의 선택지가 없음을 철저히 보여줍니다. 주인공에게 오로지 자신을 죽여야만, 그 맹세를 깨야만 주민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선사하죠. 이 절체절명의 순간, 이 작품은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클리셰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고야 맙니다. 바로, 맹세를 깨고, 빌런 간부 대장을 한참동안 망설인 끝에 죽이고 맙니다.

     

    어찌보면 역대 작품들 중 역대급으로 계획을 성공시킨 최강의 빌런이 아닐까 싶습니다. 짜식.

     

     보통의 작품들은 제3의 해법을 찾아내거나 딜레마 자체를 돌파하는 기지 등을 이용해 둘 다 살리는 선택을 합니다. 오히려, 강하게 선택하는 캐릭터는 보통 빌런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적 재미도 쏠쏠합니다만, [트라이 건]에서는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 죽어 마땅한 빌런의 목숨과 소중한 인연의 목숨입니다. ? 아니 그러면 선택하는 게 너무 쉬운 거 아닐깝쇼? 라고 하기 쉬운 이 작품의 문제제기는 일단 빌런의 목숨보다는 본인의 맹세로 치환하는 게 더 올바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작중 최애캐가 이 초특급 사이다 목사님인 건 비밀입니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작품의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너무나도 쉬운, 답이나 다름 없는 선택지가 뙇! 하니 있는데 선택을 망설이고, 시청자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어떤 면에선 DC유니버스의 배트맨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 작품이 포스팅 업로드 기준으로 20여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이미 우리는 이걸 쉬운선택지라고 생각하는 무시무시한 판단을 하는 것과, 작품의 빌드 업조차, 사람의 생명이 우습게 표현되는 묘사들로, 시청자에게 빌런을 죽이는 것이 쉬운 선택이라고 유도한 것입니다.

     

    아ㅋㅋ 팝콘 맛있다고ㅋㅋ

     

     그럼에도 작품은 결국에는 쉬운 선택지어렵게 실행합니다. 그 어떤 꼼수나 변형법을 제시하지 않구요. 정말 덤덤하고 정정당당하게 선택하고, 또 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선택을 마친 바슈 더 스턴피드는 이 딜레마를 제시한 모든 것의 근원을 참교육하러 떠나게 됩니다.

     

    다다익선 참교육

     

     이처럼 수 많은 애니메이션 속에도 이러한 철학적 논쟁이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은 바로 리플레이를 통한 분기별 엔딩 감상이 가능하단 것 때문에 입맛대로 이 트롤리 딜레마의 선택결과를 맛 볼 수 있지만, 다른 작품들은 ‘if’ 스토리를 내지 않는 한 감독 또는 원작자와 제작진의 의도를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렵게만 다가오는 철학 논쟁도 작품 속 만의 주장을 통해 폭 넓게 감상해 보면, 또 다른 재미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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