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미키17] -준호18이 만든 것 같은 영화-

G.Mario 2025. 4. 19. 23:11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생충]이후 오랜만에 거장감독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그 이름하여, [미키17]! 연기력과 미모 둘 다 물 오른 로버스 패티슨 주연으로 또 어떤 봉준호 매직을 보여줄지, 트레일러만 봐도 기대가 됩니다. 주제 부터가 복제인간을 둘러싼 봉준호 감독만의 어떤 기상천외한 연출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tA1s65o_kYM

 

 

 라고 생각했던 적이 저에게도 있었지요막상 까보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무언가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의 요소들을 오마쥬하면서 비벼넣은, 봉준호 감독의 팬인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영화가 못 만든 영화냐? 라는 이야기는 아닌데,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냐? 봉준호 감독을 기대하고 봐도 되는 영화냐? 라는 물음에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그런 영화입니다.

 

포스터도 재밌습니다 ㅎㅎ

 

 영화는 일단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인 [설국열차], [기생충], [괴물], [옥자] 등에서 본듯한 요소들이 오마쥬되어 나옵니다. [설국열차]처럼 통제된 사회이나, 상위계급은 통제를 받지 않는 부조리함. [기생충]과 같이 격리된 계층간의 소통 불능. [괴물]과 같이 처음 보는 생물에 대한 적대감과 그로인한 지식인들의 과도한 해석. [옥자]를 연상시키는 요리 씬과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투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거기에, [살인의 추억]같이 미제 사건으로 남겨질 것 같았던 복제인간의 창시자의 사이코 패스적인 면모와 결국에는 그에 대한 처분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장면이 지나가는 등,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을 열심히 본 사람이 봉준호 감독을 기리기 위해 오마쥬를 넣는 것 같았습니다.

 

이 부분에선 약간 [헝거 게임]느낌도 나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진짜 봉준호 감독이 만든 것이냐! 라고 하면 고개가 갸웃거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은 봉준호 감독 작품의 대단한 점은 스토리 라인이 교과서 급으로 탄탄하게 진행되는 점입니다. 정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같은 시퀀스나, 위기와 절정 부분에서 신의 경지라 할 수 있는 분위기 반전 연출은 [기생충]에서 제대로 드러났죠. 일일히 설명해주지 않아도, 카메라 워크나 배경, 사물, 캐릭터들의 제스쳐, 짤막한 대사 속에 사회현상을 담는 각본 등 여러가지 묘수로 스피드 웨건 없이 작중 내용에 대한 설명을 기가막히게 풀어줍니다.

 

당시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진짜 무슨 장면인지 1도 알 수 없었지만 보고 나면 한 번에 알게되는 그 장면

 

 그런데 [미키17]에서는 너무나도 세세한 걸 설명하려 들고, 정작 관객들이 알고싶어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보기엔 쓸데 없는것들로 채워서 넘겨버립니다. 또한, 그간 작품 내 연출이나 스토리에서 쌓아올린 빌드 업이나 연출들이 후반부에서 공감이 가지 않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 또한 굉장히 봉준호 감독 스럽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기생충]을 예로 들면, 초반부 부터 냄새라는 키워드와 복선을 적절하게 배치해 놓고, 마지막에 그 냄새로 인해 극단적이지만 수긍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미키17]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이 비선실세 아줌마가 무언가 터뜨릴 줄 알았는데...

 

 먼저, [미키17]의 경우, 다분히 트럼프나 한국의 어떤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리더 부부와, 그들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로 모여진 노답이민선단이 배경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꼭 그 부부의 지지자가 아니라, 주인공과 주인공의 동업자 티모 같이 노답인생을 벗어나기 위해 지원한 사람들도 있었겠죠.

 

하필 이름이 '티모'라 어떤 버섯돌이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배우 때문에 '방망이 아저씨'와 미래 북한군이 떠오르는 건 덤

 

 그런데 일단 주인공이 이민선단에 오르고 갑자기 엘리트나 다름 없는 계층의 여자와 러브라인을 탑니다. , 물론, 로버트 패티슨의 외모가 개연성이긴 합니다만, 좀 너무 뜬금 없이 연애하고, 꽤나 길게 관계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거기에 커플끼리 카마수트라를 만들면서 좋아하고, 연애 장면을 보여주는데 상대적으로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러면서 도중도중에 주인공의 역할인 익스펜더블이 얼마나 하대 받고,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지에 대해 묘사해 줍니다. 발달된 프린터기로 육체를 만들고, 벽돌에 기억을 백업해서 새로 생성된 육체에 기억을 넣어 이론상 목숨이 무한대인 그가 얼마나 도구취급 받는지 보여주고, 주변인들 또한 주인공을 사람 취급을 안 해주는 데도, 어째서 이런 주인공에게 사랑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렇다할 묘사나 복선, 복선 회수 또한 없습니다. , 물론, 사랑에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이게 분량이 꽤 길고, 나중에 가서는 갑작스런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마구잡이로 사용되니 고개가 갸웃거리게 됩니다.

 

마네킹 더미도 아니고 그냥 익스펜더블로 대체하는 거 보면 말 다했죠

 

 빌런은 또 어떻습니까?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에선 특이하게도, [살인의 추억]을 제외하고는 빌런이라고 딱 떨어지는 듯한 캐릭터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괴물]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미군 명령권자는, 그 포르말린으로 괴물이 탄생되었다고 보기 힘들어, 빌런에 제일 가깝지만 빌런으로 정하기 애매하고, [설국열차]의 총리나 윌포드는 어떤 면에서는 한 푼의 돈도 내지 않고 올라탄 꼬리칸의 사람들 또한 안고 가려고 한 점이 있었고, [옥자]는 그냥 장사와 계약내용을 수행하려는데, 주인공 여자아이가 되려 계약을 파기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으며, [기생충]의 부잣집 가족은 품행이 눈쌀을 찌푸리게 할 지언정, 절대 빌런이라고 할 인물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키17]의 마샬 부부는 이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인권을 무시하며, 주변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해서 전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기 직전까지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마샬이 지능이 떨어지는 캐릭터라 이러는 건가?”하면서 전작의 다른 캐릭터들에게 큰 공감을 할 수 없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저 헐크 아저씨의 연기만큼은 좋았던 캐릭터...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부분에서도 갑자기 일 잘하던 위원회의 치안담당 동양인 직원이 급작스럽게 마샬 부부에게 반기를 드는 것, 환각성 물질을 흡입하던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갑자기 위원장이 되어 올바른 통치를 하게 되는 것, 행성의 크리쳐들과 그냥 말이 잘 통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교류하게 되는 것, 주인공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갔던 티모는 거의 맥거핀 급으로 취급받고 끝나는 등, 무엇하나 제대로 된 개연성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약간 [스타쉽 트루퍼스]를 꼬운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뭔가 임팩트가 떨어졌던 크리쳐들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비판을 하던 모습도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트럼프 1기 정권이 끝나자 마자, 그의 극성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를 무단 점거해 나라의 근간을 흔든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대놓고 마샬 부부를 직설적으로 이러한 현대사의 독재자로 설정하고, 그의 추종자들은 트럼프의 추종자 같은 식으로 옷을 입히고 묘사를 했는데, 마지막 위원회 회의 때 위원회를 설득하는데 참으로 힘들었다라는 식의 한 줄 묘사로 퉁치고 끝낸 것이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 거의 없는 식민 행성에 극렬 지지자들이 다수인 곳에서 아직 마샬의 아내 조차 살아있는 와중에 너무나도 쉽게 갈등이 해소됩니다.

 

좀 더 익스펜더블 찬성파 반대파가 첨예하게 블랙코미디처럼 맞붙는 걸 기대한 게 욕심이었을까요...

 

 물론,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의 오리지널 작품은 아닙니다. 원작소설이 있는 트랜스 미디어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국열차]같이 봉준호 만의 테이스트가 빠진 이번 영화는 정말 봉준호가 아니라 봉준호의 멀티플인 봉준호 18’이 만들었다면 납득이 갈, 그런 영화였지 않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