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작품속 철학, 이렇게 이야기 해 보았다

제논의 역설과 0&∞:[모브 사이코100]TVA3기

G.Mario 2023. 10. 5. 01:20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고보니 거북이가 조낸 빠른 거였고...

 

[토끼(보통은 아킬레우스)와 거북이가 경주를 합니다. 토끼가 10초에 100m를 갈 수 있고, 거북이는 10초에 10m를 간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거북이는 미리 100m앞에 서서 출발한다고 규칙을 정합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10초가 흘렀습니다. 토끼는 100m를 갔군요! 그런데 거북이도 10m를 더 나아갔습니다. 토끼가 다시 달려서 10m를 나아갔습니다. 거북이는 토끼보다 1m 앞에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 다시 토끼가 1m를 나아갔습니다! 그래도 거북이는 0.1m앞에 서 있습니다. 이렇게 토끼는 아무리 달려도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 : 철학과 수학에 관련된 제논의 역설은 “Zeno's paradoxes라고 표기하며, 화학물질인 제논(Xenon)’에서 일어나는 역설과는 다릅니다. 이번 포스팅은 철학 및 수학적 논제인 Zeno's paradoxes만 다룹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Zn9ghG9nRw&ab_channel=Krisjian 

 

 저는 일단 수학과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를 먹어도 이 제논의 역설은 그저 느낌으로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소룡이 말했죠, “Don’t think! Feeeeel~”. , 그래서 저도 이런 수학적인 철학논법에서는 느끼기로 했답니다.

 

https://youtu.be/DGANAv-1uzw

 

 일단은 현대에 와서 이 제논의 역설은 이 뭔 개소리야!” 급으로 논파 되었으니 안심하십시요. 그리고 논파가 된 원리 또한 이번에 포스팅을 할 [모브 사이코100]TVA3기와도 깊은 관련사항이 보여서 끄적이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논의 역설이 논파된 원리는 바로 무한의 개념덕에 논파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포스팅에다가 무한등비수열이니 뭐니 썼다간 독자분들도 도망하고, 제 멘탈도 도망갈 것 같습니다만, 대신 딱 간단하게만 표현하자면,

 

0.99999999999…=1

 

이라는 공식을 독자분들께서는 학창시절에 배우셨을 겁니다. 저 개념이 고대 그리스 엘리아의 제논이 살았던 시절에는 통용되지 않던 개념이라서 위와 같은 역설을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과적으로 맘대로 풀이하자면, ‘무한대로 다가가면 거북이 따라잡음요 엌ㅋㅋ이라고 Feeeeel~하시면 됩니다. (수학전공 오열)

 

이미 인생작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슬슬 머리 아픈 이야기는 이쯤하고, 오늘의 포스팅 본론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 제논의 역설에서 좀 더 수학적인 부분은 덜어내고, 문학적, 철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딱 이 [모브 사이코100]TV판 애니메이션 312화 및 작품 전체의 플롯이 이 제논의 역설과 굉장히 맞닿아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으윽...터진다! 찐따미!!!

 

 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影山 茂夫 )는 재밌게도 헤어스타일 부터 바가지 머리에 어찌보면 거북이 등껍질 같은 모습도 보여줍니다. 물론, 시게오(茂夫)의 일본식 발음 장난인 모브(mob)’라는 별명에 걸맞게, 별 특성 없는, 엑스트라 같은 느낌을 주려는 연출이 가미 된 것이지만, 이 보잘 것 없는 거북이 닮은 주인공이 작중 세계관 최강자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시작서 부터,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계속 억제하고, 힘의 극히 일부만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죠. 물론, 그 극히 일부의 힘만으로도 작품 속 그 어떤 캐릭터도 농락 수준으로 가지고 노는 먼치킨 캐릭터 입니다.

 

잠시 팬티 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모브 사이코100]의 원작자 ‘ONE’의 대표작 중 하나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원펀맨]입니다. [원펀맨]에 등장하는 주인공 사이타마또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힘을 보여주지만, [원펀맨][모브 사이코100]의 주인공은 나아가는 방향이 다릅니다. 일단,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모든 것을 끝낸 주인공의 느낌이 강하다면, [모브 사이코100]의 모브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초능력에 기대지 않고 나아가려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원작자 ‘ONE’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결이 비슷한 주인공이더라도 풀어내는 서술의 방식에 차이를 둬서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작중 세계관 최강자를 이기는 작중 가장 약한 캐릭터...응?...WA! 샌즈!!!!!

 

 다만, [모브 사이코100]에서는 대부분의 팬들도 인정하는 진 주인공이 따로 있습니다. , 바로 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가 스승이라고 부르며, 실제로 중학생 인격형성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알바비 후려치는 악덕고용주 ‘레이겐 아라타카(霊験 あらたか)’입니다.

 

그래도 싸움은 쫌 한다!

 

 레이겐은 정말 영능력이라고는 영 없는 0의 파워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 자체도 일본어로 숫자 0의 발음인 레이(レイ)’로 말장난이 가능합니다. 영능력 하나 없는 그는 희대의 말빨과 상식력, 마사지력, 일본에서 유명한 무패의 변호사 마저 한 수 접을지도 모르는 논리력으로 초능력있는 것 처럼 행세해서 장사를 하는 착한 사기꾼 입니다.

 

System : 드립을 칠 수 없는 컷 입니다

 

 그러다가 애니메이션 최후반부에 대형사고가 터집니다. 전학가려는 소꿉친구에게 고백하러 가던 모브는 도로에서 잼민이를 구하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본인의 무한이나 다름 없는 초능력의 제어를 잃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역대 등장했던 초능력 강자 및 동료들이 총출동해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지만, 모브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고 리타이어 됩니다. 힘이 제어가 안 되는 모브는 그대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원펀맨]기준으로 재해레벨 신급을 줘도 되지 않을

 

 그런 모브를 진정시키려 그의 스승인 레이겐 아라타카가 질주를 합니다. 동화력(動画力)이 끝내줘서, 왜 애니메이션을 봐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명장면을 연출해 내며 그 어떤 초능력도 없는 레이겐이 다가갑니다. 이리저리 치이고, 날라가도 다시 나아갑니다. 그러다 결국, 작중에서 최초로 모브라는 거북이를 따라잡은 캐릭터가 됩니다! 그리고 레이겐이 작중 최초로 모브에게 자신이 초능력이 없다는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진심으로 모브에게 다가서며 모브의 이성을 되찾게 합니다.

 

그 누구도 못 한걸 이 레이겐 센세는 해냅니다!

 

 이 장면에서 제논의 역설과 그 역설의 파훼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윗문단에서 레이겐의 이름이 숫자’0’으로 일본어 말장난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레이겐이 말 그대로 ‘0’이기 때문에 무한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무한(無限)이란 단어의 일본식 발음은 '무겐(むげん)'입니다. 숫자'0'의 발음 '레이'와 무한의 발음 '무겐'을 합쳐서 '레이겐'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물론, 레이겐 아라타카의 레이겐은 '영험하다'의 霊験자를 일본식으로 읽은 거지만) . 굉장히 역설적이죠. 모브를 막으려고 했던 초능력자들은 말 그대로 저마다의 초능력의 수치(数値), , 개개인의 자연수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수의 숫자가 1억이든 1조든 1경이든 9999무량대수든 무한()’을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0의 존재인 레이겐이 어마어마한 힘을 혼자 끌어 안으며 힘겹게 싸워왔던 모브에게 '무한으로' 다가가 손을 맞잡는 그 장면은 마치 X’, , ‘곱하기와 같은 모습을 연출합니다.

 

??? : 마치...

 

, 여러분, 1X0=? 은 무엇일까요? , ‘0’이죠? 그럼 무한X0=? 은 뭘까요? , 맞습니다. ‘0’ 입니다. 레이겐이 초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한의 초능력을 가진 모브를 ‘0’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 나암편]의 엔딩크레딧을 연상시키는 덕후 즙짜기 최적화 연출...ㅠㅠㅠㅠㅠ

 

또한, 레이겐은 ‘0’이었으면서 모브에게 무한대로다가갔습니다.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해 갖은 부상을 입으면서도 레이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무한히모브에게 다가갔습니다. 다가갈 때 마다 모브는 제논의 역설의 거북이 마냥 잡힐 듯 하면 놓치고, 잡힐 듯 하면 놓쳤습니다. 그럼에도 레이겐은 포기하지 않고, 무한히 덤볐습니다. 오히려, 레이겐은 ‘0’이기 때문에 무한히 도전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다른 초능력자 캐릭터들은 서로의 숫자의 크기(=초능력의 강함정도)를 실감하는 연출을 보여주고 나서, 대부분 넝마가 되어 리타이어를 했거든요. 근데 본인 스스로 ‘0’임을 자각하는 레이겐은 파워게임 따위 무의미 했던 겁니다. 그렇게 0.999999...의 도전은 1을 만들어내고, 제논의 역설은 깨졌습니다. 심지어, 제작진도 이것을 노린 것 마냥, [모브 사이코100]TVA3기의 오프닝곡에서 강조되는 가사 부터가 “ONE AND ONLY ONE”이었습니다. 노린건지 우연인지 기회가 되면 제작진과 인터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상상도 못한(ㄴㅇㄱ) 초특급 명장면이 기다리고 있는 폭풍을 부르는 전설의 8화

 

 이런식으로 [모브 사이100]은 작품 나름대로 제논의 역설을 어떻게 파훼할 수 있는가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아주 대단한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원펀맨]이 참으로 시원시원 하고, 멋진 매력이 있으며, [원펀맨]또한 나름대로의 제논의 역설을 다루고 있지만(: 사이타마의 제자 제노스의 이름과 존재가 제논의 역설을 표현한 것이라는 썰이 있습니다), [모브 사이코100]만의 맛 또한 간장게장 양념게장 서로 맛이 달라도 그냥 뿅가게 맛이 있듯, 아주 훌륭한 맛을 품고 있습니다. TV판 최종화를 제외하고도, [모브 사이코100]TVA3기의 6화와 8화의 애니메이션 연출이 미쳐돌아갈 정도로 뛰어나기에 애니메이션 팬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시청 해 보시는 걸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