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모아나2] -1편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일까-

G.Mario 2024. 12. 24. 05:32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Z7y8RP5HE

 

 

제가 노래방에서 자신있게 부를 수 있고, 또 좋아하는 곡이 있습니다만, 그게 바로 [모아나1]의 테마곡 ‘How far I’ll go’일 정도입니다. 폴리네이시아인들의 고대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신선한 소재에 디즈니의 공주패턴을 벗어나면서도 억지 PC적인 내용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에 몰입이 방해되는 요소도 적었습니다. 거기에 극장에 아이들 손잡고 오는 어른들 취향도 사로잡기 딱 좋은 다른 유명 영화들의 패러디나 오마쥬도 정말 재밌는 볼거리였죠.

 

https://www.youtube.com/watch?v=cPAbx5kgCJo

 

 

그랬던 모아나가 갑자기 8년의 세월을 점프하고 갑자기 [모아나2]로 연말시즌에 우리들을 반겨주었습니다. 무언가 뜬금없었긴 했고, 1편이 워낙 기승전결 깔끔하게 끝나 있던지라, 의아하면서도 기뻤죠. 좋아하는 작품이 후속작을 내주었다는데, 보기 전까지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은근히 모아나의 저 노가 앞으로 전진하는 창, 갈 길을 망설임 없이 질주하는 화살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관람해보니, 이런, 개인적으로는 거의 [조커2:폴리 아 되]급의 실망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이번 [모아나2]또한 3편의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티가 확확 납니다만(특히, 쿠키영상), 제발 후속작의 빌드 업 이전에 그냥 이 작품 자체로도 잘 만들어주었으면 했습니다. 촉박한 제작시간과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었음이 분명하겠지만, 1편의 명성에는 한 없이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었습니다.

 

너어는 진짜...

 

가장 큰 문제점은 조연의 사용법이 정말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1편의 주요 캐릭터인 모아나와 마우이는 정말 세세하게 파고 들지 않는 이상 큰 불만 없고, 1편에서 서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거의 서태웅과 강백호급의 콤비를 보여주는 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작진들이 2로 넘어오면서, 스케일을 키움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수도 스케일을 너무 무리하게 키웠습니다. 전작에서는 정말 심플하게 모아나와 마우이, 개그장인이자 카드게임의 조커급 포지션인 헤이헤이 등 선택과 집중이 정말 잘 어우러졌고, 악역, 이라고 할 수 있는 테 카, 훌륭한 영상미와 노래를 선보인 중간보스 타마토아, 끝으로 개인적인 최애캐들인 코코넛 해적 카카모라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를 재밌게 봤던 터라, 저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ㅋ

 

그런데 이번 2편에서는 시작부터 1편에서 합류하지 못한 반려돼지 푸아를 추가시키고, 1편의 푸아의 포지션을 모아나의 여동생이 이어받아 리타이어 합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 조선제작 달인 로토’, 역사가이자 마우이 광팬 모니’, 그리고 바다가 싫어 시종일관 툴툴거리는 마을의 농사전문가 할아버지 켈레, 한 순간에 동료가 증가하고 출발합니다. 그리고 서로 성격과 성향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거나, 악의 없는 트롤링 등으로 모아나가 고생을 하는데, 일단 노래 한 곡 부르고 서로 친해지고 손발이 맞아 갑니다. 문제는너무 몰개성하게 손발이 맞았다는 겁니다. 그냥 잘 가는 배를 계속 부숴먹으려 드는 로토는 그냥 조용히 있어주고, 켈레는 제발 기록 좀 그만하고 배의 노를 잡으며, 할아버지는 그냥 창고칸에서 화분이나 부여잡고 끝입니다. 그리고 헤이헤이는 이제 조커 포지션도 아니고 그냥 말썽만 부리는, 이미 너무 봐서 질리는 슬랩스틱 개그만 반복하고, 식략으로도 쓰지 않을 거면 이 덩치큰 돼지 푸아는 왜 데리고 왔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갑니다! 이 동물들이 뭐 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베이컨&에그 조합 드립치는 마우이 행님

 

그러다가 1편과 비슷한 타이밍에 카카모라 족을 다시 만납니다. 그러나 1편과는 달리, 이해관계가 일치해, 서로 동맹을 맺고, 아마 카카모라 족 족장의 아들로 보이는 전사 한 명이 합류합니다. 그리고나서 이 모아나 호(가칭)안에서 제일 믿음직한 크루가 되어줍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우고, 즉각 항해에 가담하며, 말 한 마디 없지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줍니다. 진짜 최애캐가 될 수 밖에 없더군요.

 

1편에서의 과오를 교훈삼아 2편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이 모습에 어찌 감명을 안 받을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마우이 합류 씬과 그 이후 입니다. 마우이 합류 직전에 만나는 나탕이라는 캐릭터는 일부러 박쥐를 심볼로 택해, 러닝타임 초반에는 관객들에게 빌런임을 암시시키다가, 알고 보니, ‘진짜 빌런박쥐처럼 배신한조력자임을 보여줍니다. 약간 1편의 테 카 반전과 비슷한 연출을 꾀한 것 같은데, 나쁘지 않았지만, 나탕이 넘버곡의 연출이나 그런 것들은 또 너무 1편의 타마토아의 재탕처럼 보였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잠시, 갑자기 나탕이가 웜홀 같은 길을 열어줘서, 항해일정이 갑작스럽게 단축되고, 진짜 빌런의 수하들과 전투를 치릅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가 여기서 터지는데, 마우이가 등장하고 나서, ‘로토’, ‘켈레’, ‘모니’. ‘카카모라 전사가 진짜 병풍 그 자체가 되어버립니다. 왜냐면 마우이는 그 자체가 기록이며, 항해술이 뛰어나고, 전투력은 유일하게 신과 대적할 수 있는 반신(半神)인데, 조연들의 합체 궁극기 같은 개념이나 다름 없는 거죠.

 

진짜 '모아나와 아이들'이 아닌, 하나의 그룹과도 같은 상성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심지어, 진짜 최악의 장면이 이 이후에 펼쳐지는데, 진짜 빌런의 수하들의 공격을 받고, 배가 고장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모아나 호 일행들은,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를 겪은 모니’, 자기가 애틋하게 기르던 식물들이 죽은 것을 바라보는 켈레’, 배가 망가졌으니 뭐 어떡하냐는 로토’, 그리고 마음이 꺾인 모아나,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직후에 마우이가 노래를 불러 ‘11’로 모아나를 위로해 줍니다. 이러고 힘을 얻은 모아나가 다시 동료들에게 가는데아니, 노래는 이 둘만 불렀는데, 갑자기 동료들이 안 본 사이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 갑시다! 모드가 된 겁니다. 아니, 개연성은 드럼통에 시멘트 부어서 바다에 투기했습니까?

 

??? : 조장이 동네 복학생 오빠랑 코노 다녀왔더니 조별과제가 끝나있었던 썰

 

작품의 러닝타임이나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감안하고 보아도, 일말의 묘사 없이 모아나가 마우이랑 섬 뒷편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왔더니 배는 수리되고, 모두가 한 뜻이 되었습니다. 바로 직전에는 베트남전 참전용사급의 트라우마를 묘사시켜놓고요. 여기서 정말 흥이 확 깨져버리고, 진짜 이게 최선이었나 제작진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캐릭터들은 정말 하나하나 매력있습니다. 그 매력을 살리기만 해도 알아서 개연성은 찾아왔을 정도로 말이죠. 유일하게 조연 스스로 특기를 살려서 한 방 해낸 것은 조선공 로토 밖에 없습니다. 막판 악신(悪神)날로와의 돌파전에서 돗대를 부숴 기구처럼 만들어 위기를 돌파합니다. 진짜 그나마 모니가 그리는 역사기록 천으로 임시 돛을 만들어 도움에 일조합니다. 진짜 할 일 없어진 켈레 할아버지는 코코넛 구명조끼를 입고 기절한 마우이나 데리고 오고 끝입니다. , 진짜 이게 최선일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로토는 일단 막판에 분량을 챙겨줬으니 패스합시다. 모니는 카카모라 족과 만났을 때, 그림문자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그들과의 외교를 성공시킨 성과는 좋았으나, 최종전에서 숨겨진 섬을 찾는 힌트를 마우이나 모아나가 아니라 모니가 자신의 기록화들을 보면서 알아내었다면, 그 비중이 더욱 증가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 켈레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가져온 식물들로 항해에서 얻은 상처를 치료하고, 섬에 상륙했을 때나, 초거대 조개의 뱃속 앞에서 노인이 가지고 있는 지혜를 발휘해 탈출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잘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토리 고려장 당한 것 같은 할아버지

 

그리고 동물 캐릭터도 이런식으로 쓸 수 있었을 겁니다. 섬에 상륙한 장면 등에서 먹거리를 찾을 때, 돼지 푸아가 후각으로 버섯과 과일들을 발견합니다. 멍청한 닭 헤이헤이가 어떤 버섯을 쪼아 먹으려고 할 때, 켈레 할아버지가 안 돼, 그건 독버섯이야!”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닭은 먹은 뒤었죠. 그러더니 이 멍청했던 닭이 한 순간에 똑똑해지는 연출이 나오고, 모아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저건 독버섯이 아니라 약 아니에요?”라고 되묻자마자, 헤이헤이가 밑도 끝도 없이 발광하다가 기절하고, 카카모라 전사가 닭을 붙잡고 흔들어 버섯을 뱉게 하는 연출. 그리고 켈레가 툴툴 거리며 궁금하면 먹어보던지.”하면서 내밷고, 모니는 그걸 흥미롭게 기록합니다. 아니, 이런 시퀀스 들만 넣어줘도 조연들의 존재가치가 충분해지지 않습니까?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그 외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인 만큼 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겠지만, 이것은 개개인의 호불호 스펙트럼폭이 워낙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 이번 포스팅에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만 논평해볼까 합니다. 이렇게 단점이 보였던 부분도, 1편이 워낙 깔끔하고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서 상대적으로 이렇게 보였던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24년은 정말 [:파트2]를 제외하고 2편들의 상태가 왜 이렇게 나사가 빠지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