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캐치! 티니핑 시리즈] : 이 IP의 유행에 박수를, 속으로는 걱정을

G.Mario 2024. 11. 27. 00:11

 2024년 가을을 뜨겁게 달구었던 NETFLIX의 예능 [흑백요리사]가 한국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꾸며진 캐릭터들이 아닌, 실제 요리사들,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가지각색의 에피소드와 군침 흘리게 하는 요리들의 향연이 공복을 가속시켰죠. 그런데 다른 국가의 시청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갭모에를 보여주는 출연자 요리하는 또라이불안핑’, 등장부터 절대 범인(凡人)이라고 할 수 없는 진짜광기의 대명사 비빔대왕비빔핑등으로 ~핑 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전설이 된 '불안핑' 윤남노 쉐프

 

 이러한 별명이 붙는 이유는 2020년 부터 지금까지 계속 시리즈를 갱신하며 방영중인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자랑중인 이 IP시리즈는 한국 뿐만이 아니라,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도 절찬리에 방영중이며, 관련 굿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굿즈의 양과 가격이 상당하여, 자신의 자녀들에게 선물을 하는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할 정도로 가격부담이 된다고 하여, ‘등골핑’, '파산핑'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생긴건 귀여우나 굿즈 가격은...

 

 [캐치! 티니핑 시리즈]는 일본의 [디지몬 프랜차이즈]디지몬들이 ~(:아구몬, 파닥몬 등)등으로 이름이 붙여지는 것처럼, 작중 주요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크리쳐들인 이 티니핑들도 ~핑 등으로 이름이 붙여집니다. 각자의 티니핑들의 성격에 걸맞는 접두어에 ~핑이라는 글자만 붙이면 그 이름이 완성. 예를 들어, 항상 화가나는 티니핑은 화나핑’, 뭐든 궁금해하는 호기심의 티니핑은 모야핑등으로 어린이도 어른도 은근히 기억하기 쉬운 이름들로 구성된 티니핑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그 생김새나 성격과는 크게 상관 없이 독립된 네이밍을 가지거나, 레귤러 멤버, 또는 특수한 에피소드 등의 경우, ‘로열 티니핑이나 레전드 티니핑으로 불리며, [포켓몬스터]루카리오’, ‘데오키스’, ‘루기아같이 크리처의 급이나 인기도를 통해 분류하는 것도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냥 얌전히 있었는데 로열급 포켓몬 반열에 올랐던 건에 대하여

 

 에피소드의 진행방식도 전세계에서 유명한 [포켓몬스터]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크리처들과 인간 캐릭터가 분류되어 있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주요 에피소드를 풀어갑니다. 거기에,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경우는 레귤러 인간 캐릭터와 티니핑이 같이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새로 등장하는 게스트 티니핑의 개성 소개, 그리고 레귤러급으로 등장하는 악역 티니핑들의 갈등 제조 등으로 매 화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책임집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화는 또 어떤 게스트 티니핑이 나올까, 악역의 갈등은 또 어떤 식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매번 궁금증을 유발하게 해서 시청률 유지를 이끌어 냅니다.

 

척 봐도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을 것 같은 디자인

 

 [포켓몬스터]가 딱 이런 식이죠. 레귤러 인간 캐릭터들이 포켓몬들의 트레이너로서 다른 인간 캐릭터와 결투를 하거나, 새로운 야생 포켓몬을 게스트로 맞이해서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제공합니다. 그런 와중에 로켓단이라는 레귤러 악역을 통해 포켓몬의 감초 뿐만이 아니라 작중의 감초 역할로써 계속 스토리가 심심하게 흐르는 것이 아닌, 갈등을 유발하고 해소시키며, 스토리의 지속성과 재미, 카타르시스 등으로 추진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개인적인 포켓몬 시리즈 최애캐 군단입니다. 주인공 일행보다 더 좋아합니다!

 

 이렇듯, [포켓몬스터]식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성공가도에 오를 확률을 높여주는 공식임을 재차 증명함과 동시에, 그와 관련된 파생상품의 경우의 수도 어마어마하게 벌크 업 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에 따라, [포켓몬스터]관련 상품을 선물 받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처럼, [캐치! 티니핑]시리즈의 팬인 어린이들도 한 가지 굿즈만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여러 종류의 티니핑 굿즈를 수집하고 싶어 합니다. 부모님의 등골은 추후 생각할 문제구요.

 

파산핑...

 

 다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이 IP시리즈에 대해 살짝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이는 비단 [캐치! 티니핑 시리즈]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의 아쉬움에 티니핑 시리즈가 걸친 느낌이긴 합니다. 이유는 바로, 아직도 뽀로로 신화에서 졸업을 못한 모습에 미래까지 이러한 산업이 지속 될까하는 노파심입니다.

 

??? : 꼬우면 놀기만 해서 IP총합가치 1조원 책정시켜 보든지.

 

 현재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무려 0.6%까지 내려왔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초등학교들이 폐교하고, 유치원이 양로원으로 바뀐다고 하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이도 모자라, 대학들도 벚꽃피는 순서대로 폐교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캐치! 티니핑 시리즈] [포켓몬스터]와 스토리텔링은 닮았어도, 아주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건 바로 어른이 즐기기 힘든 콘텐츠라는 점 입니다.

 

분명 뺴어난 디자인이지만 철저하게 아동 중심 디자인이자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선택과 집중형이죠.

 

 [포켓몬스터]의 경우는, 신작 IP IP관련 상품에 어린이가 나와서 즐기는 것은 물론, ‘어른배우가 직접 나와 상품을 소비하는 광고들이 나옵니다. 물론, [포켓몬스터]IP자체가 1996년도 부터 시작해, 벌써 30주년을 바라보는 장수 IP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뽀롱뽀롱 뽀로로] [캐치! 티니핑 시리즈] 등의 IP가 아무리 30년이 되어도, ‘수집가나 오타쿠가 아닌어른들이, 평범한 어른들끼리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IP, 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깊은 토론이 오갈 겁니다. 그러나 일본의 [드래곤볼], [포켓몬스터], [디지몬], [원피스], [나루토], [귀멸의 칼날] 등은 어린이는 물론이요, 오히려 어른들이 더욱 불타오르며 위 IP들에 관련된 쇼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작성일 기준 현(現)일본 총리도 하는 [드래곤볼]코스프레

 

 그래서 위에서 이야기했다 싶이, [캐치! 티니핑 시리즈] IP 10년 뒤는, 거의 절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숫자가 줄어든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일부 수집가나 오타쿠 어른들을 제외하고, 평범한 어른들에게 얼마만큼 IP 상품 판매를 할 수 있을까요? [캐치! 티니핑 시리즈]를 보고 자란 어른들이 계속해서 티니핑 시리즈를 시청할까요? 아니면 그 어른들을 상대하려고 억지로 어른들에게 맞춘 방향성을 추구해야 할까요.

 

근데 정작 실존하는 사례이긴 합니다...

 

 일본에서는 2024 4분기 기준 후지TV에서 금요일 밤 23 40분 경 부터 [드래곤볼]애니메이션 신작 [드래곤볼 DAIMA]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故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께서 직접 스토리를 짜셨다는 새 시리즈는 [드래곤볼 GT]때와 비슷하게, 다시 한 번 주역들이 어려지지만, [드래곤볼 GT]와는 다르게 다시 어른이 되는 연출 없이, 아주 담백하게 [오리지널 드래곤볼]처럼 우당탕탕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전 시리즈인 [드래곤볼 超]의 경우는 같은 후지TV에서 2015~2018년에 일요일 아침 9시부터 방영을 했었습니다. 방영시간대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드래곤볼 ]는 언제나와 같이 어린이들을 메인 타겟으로 방영했다면, [드래곤볼 DAIMA]는 다음날이 휴일인 금요일 밤에 아이들은 잠들고, 어른은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시청하기 좋은 시간대에 배정한 것으로 보아, 어른을 위한 드래곤볼임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캐치! 티니핑 시리즈]나 다른 한국산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가능한 작품이 얼마나 될까요.

 

정말 [드래곤볼]을 보고 자란 어른들에게 헌정하는 연출들이 너무 좋습니다!

 

 이는, [캐치! 티니핑 시리즈] [뽀롱뽀롱 뽀로로]의 제작진이 미래를 볼 줄 모른다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가장 큰 것은 한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인식차이가 가장 앞서 있을 것이며, 정부나 심의위원회 등의 정책차이 등이 빚은 나비효과로 보입니다. 먼저, 일본에서는 [귀멸의 칼날]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전 세대가 즐겨 봅니다. 한 때, 일본 뉴스코너에도 소개가 될 정도의 사례가 있는데,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서로 귀살대와 오니 편을 나눠서 역할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이 뒤에서 [귀멸의 칼날]1 OP곡인 홍련화를 불러준다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서 이론상가능할까요? 요즘이야 스마트폰 보급이 어디든지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심의를 거치지 않고 몰래 시청이 더욱 쉬워져서 어느정도는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누군가를 처치할 목적으로 만든 검을 휙휙 휘두르고, 사람도 오니도 피가 분수처럼 튀고, 아무리 오니라고는 하지만 사람과 거의 똑같이 생긴 오니의 목을 카타나가 중간에 파고들어 어떤 면에선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 까지 합니다. 이런데도 일본에서는 초등학생들도 무리없이 즐기며, 약국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 [귀멸의 칼날]을 틀어줄 정도인데, 한국의 정서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능할까요? , 한국의 심의위원들이 [원피스]의 주역 캐릭터 상디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담배도 사탕으로 바꾸는 연금술을 보여주는데, [귀멸의 칼날]은 정말 오니가 귀살대에 썰리듯, 얼마나 많은 통편집이 이루어질지 안 봐도 뻔 합니다.

 

실제 소개된 장면

 

 이러한 흐름을 타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아이들과 한국의 심의, 정서등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성후 감독이 [극장판 주술회전0]을 만들어 전 세계에 히트시킬 정도로, 한국은, 한국사람들은 그만한 기술과 능력이 있지만, 아직도 족쇄가 많아 그 진정한 잠재능력을 한국땅에서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도 어른도 다같이 즐기고, 아이가 훗날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같이 성장해온 IP를 지속해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포켓몬스터], [드래곤볼], [원피스] 같은 형식의 IP를 탄생시키지 못하면, 추후 OECD최저의 저출산이라는 장벽에 새로운 IP를 창작할 힘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됩니다.

 

과연 괜찮을까요...(자료출처 : 서울경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현장에 있는 천재들은 반드시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그 답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