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펑크2] -얘야, 정치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uvJAcptUd0&ab_channel=11bitstudios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추워지지만, 화제성은 매우 뜨거웠던 전작[프로스트펑크의 후속작인 [프로스트펑크2]가 나왔습니다! 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설정등의 변화 및 전작에서 이어지는 스토리 등으로 과연 전작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는 기대작입니다.
전작이 무엇보다 [설국열차]를 방불케하는 아이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이끌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인간본성과의 싸움과 극한 상황에 몰렸음에도 ‘인간찬가(人間賛歌)’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편하고 확실한 방법을 택할지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시험하는 것에서 극찬을 받았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자원을 채취하고, 식량을 확보하며, 미지의 구역으로 탐험을 해 나가야 하는데, 생존자들에게 단순희생을 요구하고 무작정 자원만 확보하려고 하면 바로 플레이어가 쫒겨나서 게임 오버가 되는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폭풍이 멀리서 다가와서 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생존자들은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감 놔라, 배 놔라 등 온갖 방해 아닌 방해를 해 옵니다.
그래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가장 포기하기 쉬운 복지를 포기하고, 심야에도 지속되는 노동을 강요하거나, 식량을 줄이기 위해 배급을 줄이거나 ‘이상한 것’ 넣어서 양을 불리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 우수수 죽어나가 결국엔 일손이 없어지는 상황을 맞이하며 ‘복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또한, 전멸의 위기까지 포함하고 있는 초대형 눈폭풍 앞에서 생존자들은 분열하고, 희망과 질서가 붕괴되고 있을 때, 플레이어는 종교적인 강제성으로 생존자들을 컨트롤 할지, 아니면 독재자가 되어 군대를 조직하고, 압제를 통해 초대형 눈폭풍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 후에는 이미 인간찬가는 사라지고, 오로지 눈폭풍에 대한 생존만을 바라보는, 인간 아닌 무언가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렇듯, 전작은 인류역사 초기의 부족사회와 비슷한 경영 시뮬레이션 체험을 선사합니다. 원시적인 국가의 모델을 삼아, 자원과 영토, 백성을 확보해 나가며, 현명하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역할이 지속 가능한 생존을 완성시키게 합니다.
그러나 이번 후속작에서는 프로모션 영상에서 예고 되었듯이, 전작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자원이 ‘석탄’이었다면, 이번엔 ‘석유’를 발견하여 운용하게 됩니다. 석탄보다 훨씬 효율이 좋고, 석유를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작에서는 몇 백의 규모를 움직이는 거였다면, 이번엔 시작부터 천 단위에 가면 갈수록 지켜야 하는 시민들은 만 단위를 쉽게 넘깁니다(엄청난 출산율). 전작에서 집을 한 채씩 지었다면, 이번에는 한 번에 ‘구역’을 지어야 합니다. 즉, 동네나 마을 규모로 지어야 하죠. 그리고 더 이상 독재는 먹혀들어가기 힘들고, 전작에서부터 낌새가 있었던 ‘파벌’이 거대화 되어 일종의 국회정당처럼 진화했습니다. 그렇게 생존자들의 도시는 ‘위원회(의회와 비슷한)’를 결성하게 되고, 디스토피아 속 민주정을 이끌게 됩니다.
전작이 부족국가의 생존기라면 이번엔 고대 그리스처럼 도편민주제와 흡사한 도시국가 급으로 발전한 면모가 보입니다. 단순히 자원의 융통만 발달한 것이 아니라 정치체제도 발달한 것입니다. 전작에서는 버튼 하나만 딸깍! 하면 법안이 발휘되었지만, 이번에는 법안을 하나 발휘하는데도 각 파벌(=정당)의 과반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심지어, A라는 법안을 ‘가’파벌에서 해달라고 요청을 하지만, ‘나’파벌은 A법안을 자신들의 파벌이념이나 직접적인 손익에 위배됨으로 반대표를 던져, 법안 발의를 저지합니다. 반대파를 무시하고 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그 파벌은 주인공에 대한 분노가 점점 쌓이다 못해, 나중에 가면 ‘내란’을 일으키거나 주인공을 축출해서 게임 오버를 앞당기는 선봉장이 됩니다.
그러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식민지가 될만한 구역을 발견하고, 그곳에 민중과 파벌 지도자를 보내서 발전을 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또 이 식민지 개발에 두고 파벌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뉘어, ‘강제성’이 있어서 불만이긴 하지만, 내란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에, 플레이어는 필수불가결적으로 경비대를 조직하게 되고, 그 군대를 파견시켜서 내란을 일으키는 자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추방하거나, 처형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란이 걷잡을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법안을 발휘시켜, 진정한 ‘독재자’로 거듭나, 어떤 법안, 어떤 기술 발전에도 지장이 없는 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제국 로마로 발전하는 모습과 닮았고, 석유를 쓴다는 점에선 스탈린 시절 소비에트 정권의 길을 패러디 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이처럼, 이번 작은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트라이앵글 스트레티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계속해서 천칭을 들이 댑니다. 천칭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면 천칭 자체가 무너지는 종이와도 흡사한 내구성을 지녔지만 말이죠. 그러면서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꼬우면 니가 대통령 하던지!”라는 발언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 발언인지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통령이 있고, 국회가 있고, 사법부 등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의 상황이나 한정된 자본규모에 맞게 법안발의나 시행, 행정이행 등이 일어나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필연적으로 갈등이 붉어집니다. 그것이 벤담의 공리주의를 왕복 싸다구 때릴 정도로 합리적이고, 이 법안에 반대하는 자들은 이기주의적으로 보일지언정 말이죠! 왜냐하면, 한 법안을 발의해서 시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어느 집단은 이익을 보게 되고, 어느 집단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빈곤층 모두가 부자가 되기까지’ 라는 아주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 빈곤층 대상 파격적인 복지혜택이나 지원금 제도를 도입한다고 합시다. 척 보기에도 좋은 법안 같은데, 그 금액이 한도를 넘어가면, 포퓰리즘이 되어 국가 통장이 텅텅 비어 버려서, 다른 인프라 유지나 국방 유지 등이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래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자와 기업들의 세금을 폭발적으로 늘려서 부의 재분배를 유도합니다. 이러면 당연하지만 부자 쪽에서 열렬히 반대를 할 건데, 지도자 입장에서 빈곤층이 다수고, 기업의 부자들은 소수일텐데, 부자들에게서 돈을 쫙 뽑아 봤자 정치적 위협은 덜 할 테니, ‘조아쓰!’엔딩이 아닐까요? 이것도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지, 한도 이상으로 부자와 기업들을 괴롭히면, 기업들은 스스로 비즈니스 확장을 단념할 것이고, 부자들도 의욕을 잃어 타국으로 건너가 버려, 다른 나라에 인재를 가져다 바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현실이라면 일단 부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뛸 것이고, 로비가 먹히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들측이 ‘조아쓰!’하는 엔딩을 맞게 되겠죠.
이처럼 현실 정치는 이 게임보다 훨씬 복잡하고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게임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적인 보조를 받아 ‘정치의 시뮬라크르’를 맛볼 수 있을 뿐이지, 실제로 정치인들이 현재까지도 피습을 당했다는 뉴스를 보면 절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프로스트펑크2]의 새 시스템인 ‘위원회’에 한 가지 아쉬우면서 실현하기 힘든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뇌물과 부패’입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말하면 ‘로비’일까요? 게임에서는 ‘가’파벌이 좋아하고 ‘나’파벌이 싫어하는 법안이나 발전을 채택한다면, B파벌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그들에게 자금을 건내주거나, ‘나’파벌 가입 권유를 민중들에게 촉진하거나, B파벌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약을 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만약에 [프로스트펑크2]게임사가 일종의 실험을 한답시고, 게임 속 한 파벌이 플레이어에게 직접 ‘C법안을 통과시켜주면 실제로 플레이어 당신의 계좌에 100만원을 입금하겠습니다.’라고 메시지가 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까요?
게임 캐릭터는 시뮬라크르의 존재들이기 때문에 게임 오버가 되어도 세이브/로드 신공으로 언제든 되살릴 수도 있고, 저 캐릭터들이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와 해코지하지도 못할 텐데, 100만원 꿀떡 받고, 법안 통과시키면 ‘매우 조아쓰!!’가 되는게 아닌가?! 하고 뇌물을 주는 파벌의 말을 잘 따르지 않을까요. 심지어 그 파벌만을 위한 법안이고, 다른 파벌이나 민중은 안중에도 없는 법안일 지언정 말이죠. 현실도 비슷합니다. 어차피 내 임기 끝나면 그만이나까, 나는 재력이 있고 경호원들이 지켜주는데, 제까짓것들이 어떻게 나를 해쳐?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 유력자들이 쉽게 부패하고, 특정 집단만을 위한 방향성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인류역사에서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렇듯, 게임에서 만약, 법안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뇌물 또는 로비를 하는 이벤트 등이 생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매우 궁금합니다.
그렇기에 정치는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같이 일반 시민들은 뉴스를 보면서 하나 같이 정치인들을 욕하고, 실제로 진짜 욕먹어 마땅한 정치인들도 수도 없이 많지만, 그렇다고 “꼬우면 네가 해!”라고 해서 진짜 쉽고 간단한 정치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독재정치’ 뿐입니다. 그리고 그 독재정치는 성군이 나올 확률이 맹독성 과금가챠 보다 더욱 희박한 확률이며, ‘다윗 왕’같이 여자문제 빼면 괜찮은 성군이 나올지도, ‘차우셰스크’같은 밑도 끝도 없는 트롤러가 나올지도, ‘콧수염’같은 인류 재앙급 독재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부담을 우리가 다 껴안아야 합니다. 그것을 막는 것이 민주주의고, “꼬우면 네가 해!”가 아닌, “꼬우면 투표해!”가 올바른 현대사회 시민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에 [프로스트펑크3(가제)]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2편이 고대 그리스 또는 공화정 로마에서 로마 제국이 되었고, 그 이후의 역사를 토대로 추측해 볼까 합니다. 2편에서 점령한 식민지역 또는 파벌 추방루트를 선택한 분기의 추방집단이 또 다른 국가를 탄생시킨 이후, 더 나아가, 배경이 영국이니까, 프랑스나 독일 등의 생존자 집단이 고갈된 자원을 찾기 위해 군대를 조직하고 바다를 건너 침략해오거나, 역으로 주인공이 있는 영국 지역에서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가 침략전쟁을 하는 ‘월드 워’ 또는 ‘인베이젼’ 등의 부제가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뜩이나 ‘석유’가 생겼으니까요. 만약, 광신도 루트를 탔다면 ‘십자군 전쟁’으로, 독재 루트를 탔다면 ‘세계대전’으로, 평화 루트를 탔다면 가장 보기 힘든 엔딩인 ‘세계연맹’등의 시나리오를 준비시킬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2편의 주인공은 필수불가결하게 후반부에 내란종식을 위해서라지만 군대를 조직하게 되었고, 엔딩 멘트조차 후속작 떡밥을 남겼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게임성은 이제 생존보다도 민중을 군대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새 요소로 ‘언론’을 기대할 수도 있으며, 그 언론을 통제해서 입맛대로 다룰지(레니 리펜슈탈처럼 ‘선전물 제작’등으로 지지도는 상승하면서 민중을 군인으로 만드는 기능이 추가될지도요!), 아니면 언론에 농락당해서 게임오버가 당할지 등등의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 실적이 좋으면 프로스트펑크 3부작이 되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