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극장판[블루 록-에피소드 나기] -캐릭터 관계도의 클리셰 부수기

G.Mario 2024. 5. 20. 02:32

*본 포스팅 특성상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lKBPMJ3Qs&ab_channel=EMOTIONLabelChannel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짤이 있었죠.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나에게 축구는 살인이다.”, “, 강림등 참으로 주옥같은(=2돋는)만화판의 대사가 정말 오랜만에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놨는지, 컬트적인 인기를 얻어 동네방네 쓰였었죠. 원문 일본어 대사에서 살짝 의역한 본 대사들은 찰떡같이 한국어와 그 특유의 감성과 들어맞아 수많은 패러디 짤을 재탄생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짤을 탄생시킨 원작의 이름은 [블루 록]이며, 현재 애니메이션 판은 한국어 더빙으로도 방영되고 있을 정도로 짤 뿐만이 아니라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굉장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정말 찰진 명짤

 

스토리 자체는 일본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 오로지 자기 자신만 무지막지하게 골을 넣으면 되는 세계 최강의 에고이스트 스트라이커를 육성하기 위해, ‘블루 록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시설을 설치, 그곳에 일본전국 축구 스트라이커 유망주 300명을 가둬놓고, 최후의 최후까지 승리한 1인의 스트라이커를 뽑을 때까지 일종의 배틀로얄게임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으으으으음...과연 천재적인 스트라이커로 해결이 되는건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블루 록]에서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그간 우리가 봐왔던 일본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교과서적인 스토리텔링이 잔뜩 전개됩니다. 서로 우정을 쌓고, 팀워크를 맹세하며, 각자 개성 확고한 팀원들 간의 티키타카나 갈등, 불화, 그리고 해소 등등. 그러나 반전이 있다면,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캐릭터들이 이 블루 록이란 시설에 살아남기 위해서, 그간에 익숙함을 느꼈던 클리셰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부셔가며 예상치 못한 전개들이 일어난 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안 갇히고도 잘하는 손흥민과 메갓은 무엇일까?

 

애초에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의 어원 자체가 된 영화 [배틀로얄]부터, 결국 최후의 1인이 남는 스토리가 아니라, 최후의 최후까지 남은 주인공이 뜻이 맞는 일행을 소수 추려서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된 선생님을 찾으며 결말을 맺는 느낌이고, 대부분의 서바이벌 장르 작품들이 시작은 최후의 1인만! 이라고 하면서도, 주인공과 끈끈한 유대를 쌓은 소수의 주역들이 그 근원을 맞이하면서 찝찝한 결말로 끝내거나, 아니면 갈등을 해소하고 자유를 얻었다 등의 전개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블루 록], 그리고 이번에 일본에서 개봉중인 극장판[블루 록-에피소드 나기-]는 그러한 클리셰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왕도물 스포츠 애니였습니다.

 

전형적인 왕도형 스포츠물 같이 스포츠에 꿈을 가진 고등학생 미카게 레오가 만사가 귀찮지만, 레오의 끊임없는 권유로 축구를 하게 된 숨겨진 천재 나기 세이시로의 콤비에 카메라를 맞추어, 본편에는 드러나지 않은 두 콤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그러면서 특히, 원작에서는 아주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레오와 나기의 심경변화를 아주 천천히 묘사를 하며, 후반에 두 인물이 갈라서게 되는 장면까지 연결이 됩니다.

 

담당성우 '시마자키 노부나가'님. '面倒くさい(멘독사이)'대사 전문가. 그리고 겁먹은 주령 목소리 전문가.

 

다만, 이 극장판은 하나의 영화로서는 비판점이 꽤나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껏 천천히 쌓은 캐릭터간 심경의 변화를 후반 부 가서는 갑자기 해일이 몰아치듯 단숨에 전개해 버리는 가 한편, 본편 애니메이션 장면의 재탕이나, 극장판 오리지널 장면조차도 무슨 뱅크씬 쓰듯 반복되는 부분, 그리고 제작비 및 연출적인 면을 위하여 도중도중 3D작화를 넣었지만, 이게 극장판 급의 퀄리티인가 의심이 갈 정도의 작화붕괴를 보여주긴 했습니다.

 

보통은 작붕이 2D에서 나는데, 여기선 3D에서 잘 나는...

 

그럼에도 이 작품의 주된 평가점은, 기존의 스포츠물이 보여줄 수밖에 없던 스토리적 한계를 심도 있게 돌파했단 점입니다. 보통의 스포츠물에 나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식 천재 캐릭터들은 어짜피 나 혼자서도 돼라는 마인드로 시합을 누리다가, 결국에는 팀의 중요성을 알고, 자신의 사상을 바꾸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입니다. 허나, 본 작품은 그저 이기기 위해서 기존의 인연 조차 쉽게 끊을 수 있는’, ‘본인을 더욱 성장시켜 줄 것 같지 아니하다고 판단된다면 바로 버리는매몰찬 장면들을 보여주며, 일종의 삼국지연의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분명 어제까지 친구고, 막 같이 웃고 떠들던 사이였지만, 시합에 지고, 선수 트레이딩을 할 때 가차없이 빼앗고, 빼앗기며, 다음 시합에 대놓고 적으로 다시 만나, 끝장을 보자는 각오로 맞붙습니다. 얘네가 진짜 같은 편이었나 의심이 들 정도지요.

 

(본 작품 요약)좌측 : 야, 니 애인 잘 쓸게 ㅋㅋㅋ(아니다)

 

보통의 스포츠물 애니메이션 또는 작품들은 필연적으로 서바이벌주제가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최종 우승의 영광은 단 한 명, 또는 단 한 팀만이 주어지니까요. 그래서 [Free!!] [하이큐], [다이아몬드 에이스]같은 작품들은 주로 팀원들간의 유대를 키우고, 우승 직전에 시즌이 종료되며, 아쉬움과 슬픔을 무기로 더욱 멤버들간의 파워업을 꾀하는 장치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유리 온 아이스], [SK ]같이 솔로형 스포츠 장르의 경우는 라이벌들과 친해져도, 경기에는 진지 해지며, 그 우정을 끝까지 가져가는 패턴이 일반적이지요. 아예 확 장르를 비튼 [테니스의 왕자]같은 사도도 있을 수 있겠지요.

 

대체...대체...이 만화는 무엇일까...

 

이러한 패턴 가운데 극장판[블루 록-에피소드 나기-]는 그간의 익숙한 패턴처럼 갈 듯이 진행을 시키다가, 한 순간에 급턴을 해버립니다. 우정? 인연? 그런 것 쯤은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쉽게 버리고, 배반합니다. 우정과 인연을 챙기려다가 자신의 축구인생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어쩌면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러한 개연성을 팀으로 실시하는 축구 경기안에서 팀원들 간의 이유 있는 배틀로얄이라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챙겨주며 정당성을 얻습니다. 팀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팀 안에서 살아남는방식이니까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렇게 기존의 스포츠물이 가지고 있던 스토리텔링적, 캐릭터 구성적 한계점 등을 돌파한 아주 좋은 예시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본 작품의 큰 의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 : 이제 서로 죽여라

 

그 외에도 본편에선 볼 수 없었던 조연들 중, 미카게 레오네 가문에 종사하는 바아야할머니와, 레오의 퍼스널 컬러인 보라색, 나기의 퍼스널 컬러인 하얀색, 그리고 강한 친구와 함께 모험을 떠나자는 성격 및 만사에 귀찮지만, 친구가 하자면 진심을 다하는 강자라는 점에서...굉장히 [헌터X헌터]에 대한 오마쥬가 보였습니다. , 미카게 레오와 나기 세이시로는 [헌터X헌터]의 주인공 중 한명인 키르아를 성격별로 두 캐릭터로 나눈 뒤, [헌터X헌터]의 키르아&곤 콤비를 오마주해서 묘사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로지 극장판에서만 소개된 내용에서만 알 수 있었고, ‘바아야할머니의 캐릭터 디자인이 가장 큰 증거라고 할 수 있었죠.

 

이번 [블루 록-에피소드 나기-]한정으로 나오는 '바아야' 할머니

 

[헌터X헌터]의 조르딕 가문의 집사, '츠보네' 할머니

 

 

[헌터X헌터]의 키르아(좌)&곤(우) 조합
[헌터X헌터] 키르아의 퍼스널 컬러와 성격을 둘로 쪼개고, 스토리텔링은 키르아&곤과 흡사하게 가는 레오&나기

 

 

여튼, 이러한 신박한 스토리텔링 전략에 감탄한 작품이었고, 한 줄 감상평으로는 순애물을 가장한 NTR물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