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 대한 이야기

최근 방영중인 중국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드는 한 가지 바람

G.Mario 2024. 4. 18. 02:15

이번 2024 2분기, 일본 현지 애니메이션 방영목록을 보면, 무려 중국 애니메이션이 약 3편 이상 편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정의하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정의는 중국인 감독에 중국인 제작진이 다수 포진된 중국산 IP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으로 기준을 두겠습니다. 당연하지만, 지금도 중국은 애니메이션 하청 작업을 엄청나게 수주해서,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일본인 제작진 보다 중국, 한국, 베트남 제작진의 이름이 더 많이 보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WlCi0LhEPVQ&ab_channel=%E3%82%A2%E3%83%8B%E3%83%97%E3%83%AC%E3%83%83%E3%82%AF%E3%82%B9%E3%83%81%E3%83%A3%E3%83%B3%E3%83%8D%E3%83%AB

 

그런데 이번에 방영하는 중국 애니메이션들, 퀄리티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1기 때부터 매력적인 캐릭터와 긴박한 SF스릴러의 소재를 잘 살린 [시광대리인], 게임으로도 서비스 된 적 있는 중국의 유명한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용족], [소녀전선]의 붐 이후, 차기 주자로 아방가르드한 인기를 누리는 스마트폰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 [명일방주(일본명 : 아크나이트)] , 한 번 시청하면 극장판을 방불케하는 화면비와 어색함이 없는 동화(動画), 수작 일본 애니메이션과 전혀 분간이 안 가는 미려한 디자인, 중국의 말 많은 실사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억지스러움이나 중국 문화를 강요하는 듯한 시츄에이션은 전무하다 싶습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가 귀가할 때 타다이마~”라고 하거나, 식사할 때 젓가랏을 가로로 두고, “이따다끼마스!”하고 밥을 먹는, 한국과는 뭔가 차이지지만 그래도 딴지는 굳이 걸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장면으로 인식되지 않습니까? 요즘 나오는 중국 애니메이션도 진짜 일본을 기를 쓰고 벤치마킹을 했는지, 특유의 중국 현대 문화가 그저 자연스럽게 묘사됩니다. , 말 많고 탈 많은 중국 실사영화들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수출에 엄청난 공을 들인 부분들이 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LDDmawTgNo&ab_channel=%E3%82%A2%E3%83%8B%E3%83%97%E3%83%AC%E3%83%83%E3%82%AF%E3%82%B9%E3%83%81%E3%83%A3%E3%83%B3%E3%83%8D%E3%83%AB

 

물론, 자본력이 어마무시한 중국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퉁 칠수 있겠지만, 제가 관련연구를 하면서 친해진 업계 중국인 지인들의 설명에 의하면, 단순히 자본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미국이나 일본의 업계관련 학교나 학부, 대학원 등을 나오면, 연봉협상 금액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거기에 특히, 오타쿠 관련 서브컬쳐 IP는 일본 현지의 업계 전문가들을 거의 쇼핑하듯 불러온다 거나 회사를 통째로 사들여서 자사 중국인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거나 기술을 공유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눈 가리고 자본투입이 아닌, 인재양성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부분이고, 그로 인해, 자체제작의 규모와 퀄리티가 말도 안 되게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꼭 애니메이션 발전속도 및 방법이 징기스칸의 방식과 닮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보면, 물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갑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높아진 퀄리티와 신선한 소재의 애니메이션들이 나오는 것은 팩트입니다. 다만, 대부분 극장 애니메이션에 한정되어 있고, TV시리즈물로 이어가는 것은 거의 9할 정도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고평가를 주고 싶은 것은 그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죠.

 

퀄리티...구우우우웃...!!!

 

그런데 한국이 역대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것을 모자라, OECD국가 중 저출산1위라는 따고 싶지 않은 금메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관한 국내 시장의 규모의 한계는 빛의 속도로 다가올 것이 자명합니다. 오타쿠들이 향유하는 일명 상업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아직도 압도적인 비율로 하청업무가 주로 이루어져 있고, 한국만의 창작 오리지널 IP로 만들어지는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은 그 수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WEB애니메이션이 대항마로 나오고 있으나, 그러한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소자본으로 퀄리티를 제물로 바쳐, 현실 공감대를 일으키는 팝콘 코미디 형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고퀄리티 제작을 하는 데에도 큰 장벽이 이곳저곳 있습니다.

 

(참조 : 유튜브_총몇명)WEB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이 있지만, 정말 '선택과 집중'의 표본이죠. 한계가 있다는 거지, 절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한 결과, 한국은 선택과 집중의 방향성을, 일본은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한국은 말 그대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높은 CG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하지만, [쓰르라미 울적에][경녀]같은 작품은 죽었다 깨나도 TV시리즈로 제작이 힘들 겁니다(극장은 예외죠. [아치와 씨팍]이라는 최고의 예시, 개인적으로 [아치와 씨팍]의 광팬이기도 합니다 ㅎㅎ). 그런데 일본은 [쓰르라미 울적에], [경녀]같은 작품을 공중파 채널에서 방영합니다. 당장에 초특급 인기를 누비는 [원피스] [귀멸의 칼날]도 피가 튀고, 칼로 베고, 도깨비이긴 하지만 목이 달아나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공중파에서 방영이 됩니다. 중국은 내수에는 당의 메뉴얼에 따른 선택과 집중, 해외로는 다양성으로 승부합니다. 특이하게도 중국의 애니메이션판과 실사영화판은 하늘과 땅 차이로 성격이 다르므로, 절대 실사영화를 생각하고 중국의 애니메이션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가장 재미있는 예시로, 중국의 애니메이션판은 중국의 당정부가 여성의 가슴을 ~~이상~~이하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같은 규정을 실제 배부한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단순히 당정부가 꼰대스럽다, 검열 재미없다 등등 불평을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에반게리온]의 디자인에서 배워 차라리 챡! 달라붙는 소재의 옷을 캐릭터에게 입혀서, ‘메뉴얼을 지킴과 동시에 전세계 오타쿠들에게 어필이 가능한방법을 소화해 냅니다. 대한민국은 그런 시도조차 힘든 실정이라는 것에서 너무나도 그 잠재성을 키우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진짜 시대를 너무 일찍 앞서서 나온 진심으로 안타까운 명작입니다

 

2024 2분기에 또 한국산 IP로 일본 공중파에 애니메이션이 방영됩니다. 바로, [싸움독학]이죠. 지난 1분기에 방송된 [나 만이 레벨업]에 이은 연속2연타라 저도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감독은 일본인, 톡 까놓고 이야기하면 IP를 일본이 사서 애니메이션을 만든, 말 그대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천재 박성후 감독의 작품 [갓 오브 하이스쿨]조차, 감독만 한국 사람일 뿐이지, 일본 제작회사에 속한 상태로, 정말 순수한 한국의 힘이 주()가 되어서 만들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잘못 넣으면 '철지난 신토불이', '국뽕장사'로 낙인찍힐 수 있는 한국전통요소를 전혀 위화감 없이 연출한 천재성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짜피 한국은 [오징어 게임]이니 [기생충]이니 BTS, 케이팝이나 드라마가 잘 되고 있는데 굳이 애니메이션까지 신경써야함?”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것은 정말 기회를 놓치는 발언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박성후 같은 천재감독이 보여준 천재성에 한국인 중에도 애니메이션에 관한 인재들이 널려있고, 무엇보다 웹툰 IP가 애니메이션으로의 트랜스미디어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딱 지금의 타이밍을 살려서 궤도에 올라야 합니다. 정부는 아직도 7080시절 마인드에 멈춰 있는 규제를 다시 손보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나서서 정부의 다이렉트 지원을 통한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도 좋지만, 좀 더 기업들과 제작사간의 산업연계(한국식 제작위원회를 조직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예시도 있겠죠)를 도와주고, 애니메이터 등의 고용제도를 회사와 노동자가 합의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는 역할을 통해 애니메이터들이 한국내에서 마음 놓고 오리지널 IP를 한국이 주()가 되어 제작할 수 있는 환경구축이 필요할 때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웹툰의 성장을 통한 이 흐름을 타지 않으면, 격심한 저출산에 의해 한국의 애니메이션 콘텐츠 시장의 앞날이 걱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싸움독학]도 방영되는데, 지금이야말로 기회라고 봅니다.

 

날이 다르게 미친듯이 발전하는 중국 애니메이션들의 퀄리티를 보며, 한국이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 듯,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나란히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날이 오길 학수고대하는 국산 오덕후였습니다.

이렇게 유튜브_G식백과의 김성회 씨가 말씀하신 것

 

저도 중국과 일본의 TV애니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한국도 그러지 말란 법 있냐, 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